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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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칭찬하라

2020-01-24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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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지상파 연말방송 시상식에서 ‘나혼자 산다’의 개그우먼 박나래가 2019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타면서 눈물과 미소가 범벅이 되어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을 보았다. 상 타는 게 저렇게 좋은가, 이성을 잃을 만큼 황감한 것인가 했는데 한편 생각해보면 감격스러울 것도 같다.

평소 모든 프로에서 온몸 던져 열연하는 박나래는 때로 안쓰럽기까지 하는데 작고 통통한 몸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옷도 희한한 디자인과 칼라를 택해 입는다. ‘어떻게 저런 옷을 입지’하다가도 자꾸 보면 ‘그래도 어울리네’ 하게 되는 것이 민낯과 당당함 때문이다. 수상소감으로 “저도 사람이니까 이 상을 너무 받고 싶었다, 어차피 키가 작아서 높이도 못가겠지만 항상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온몸과 마음을 바쳐 열심히 일해 온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지난 2003년 한국에 칭찬 열풍을 일으킨 켄 블랜차드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 제목을 기억할 것이다. 고래가 공연을 할 때 조련사가 칭찬을 하면 그 공연을 더욱 잘하게 되고 무사히 공연을 마치면 물고기 몇 마리를 보상으로 받는다.‘ 칭찬은 사기를 진작시키고 자신감을 갖게 하여 조직, 가정, 인간관계에도 긍정적 에너지를 부여한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 켄 블랜차드는 칭찬의 10계명을 일러주었다. 칭찬할 일이 생겼을 때 즉시 칭찬할 것, 잘한 점을 구체적으로 말할 것, 가능한 공개적으로 할 것, 결과보다 과정을 칭찬할 것,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칭찬할 것, 거짓 없이 진실된 마음으로 칭찬할 것 등등인데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이 가끔 자기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라는 것이다.

사람의 뇌에는 복내측 전전두피질(이마의 가장 앞쪽과 아래쪽에 위치) 부위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행동에 매력을 느끼게 되고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를 예측해 이를 실천한다고 한다. 그래서 칭찬을 받으면 뇌에서는 쾌감을 느끼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피민이 분비되어 행복과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도 로젠탈 효과(Rosen thal Effect)라는 것이 있다. 1968년 하버드 대학 심리학과 로버트 로젠탈 교수가 발표한 이론으로 학생들에게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하면 학생들의 지능 및 성적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이는 학생뿐만 아니라 상사와 부하, 선배와 후배, 비즈니스 동업자 등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에도 해당된다.

그런 면에서, 연말연시를 보내면서 한인사회에 긍정적 에너지가 많이 생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단체의 창립기념일이나 갈라 모금 행사, 각 중고등학교와 대학 동창회, 장학기금 행사에서 공로상, 사회봉사상 등등 모임마다 상을 주고받는 일이 많았지 않은가.

물론 상은 골고루 나눠져야 한다. 커다란 사회봉사단체에서 일하다보니 한번 상 탄 사람이 여기저기서 상을 계속 받는 것을 보면 좀 아쉽기도 하다. 소규모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면 수상 대상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상을 주는 행사나 장학행사가 더욱 많아야겠지만 우리 모두 따뜻하고 진심어린 칭찬에 인색하지 말자. 칭찬은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에게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실수나 잘못을 지적하고 질책하기보다는 칭찬 한 마디가 상대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게 하고 문제해결을 하게 한다.

그런데 평범하고 별다른 재주가 없는 우리가 상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쉽고 단순하게 생각하자. 오늘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해낸 본인이 대견하다면 내가 나를 칭찬하는 것이다. ‘참 잘했어요’ 하는 스티커를 마음 속에 붙이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 기분이 좋아지는 것, 행복해지는 것을 찾아서 누리며 살짝 스스로 보상을 해주는 것도 좋다. 물론 잘못된 하루를 살았다면 스스로 벌을 주어야겠지.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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