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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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2020-01-17 (금) 글·사진(군산)=우현석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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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겨울 불청객 미세먼지도 물빛다리 야경은 못덮어

▶ 늦은 오후되면 철새들도 화려한 군무로 별빛여행, 인근 철길마을 들어서면 1970년대 향수가 ‘물씬’

금강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은파호수공원 물빛다리는 야간조명과 음악분수가 유명한데 야간조명은 연중 가동하지만 음악분수는 12월부터 2월까지 동파 위험 때문에 가동을 중단한다.

금강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금강철새조망대에는 황새 등을 볼 수 있는 조류공원과 맹금사장, 부화체험관, 생태체험학습관이 함께 있다.


금강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한국전쟁 후 피란민들이 철길 주변에 판잣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경암동 철길마을은 2008년까지 기차가 다녔는데 이후 운행이 중단됐다.



계절이 겨울로 접어들면 국내 여행은 미세먼지와의 싸움이 된다.
지난 10년 동안 여행기자로 전국을 다니면서 기온이 오른 겨울 날씨에 미세먼지를 피해 간 기억은 없다.
겨울과 봄철에는 파란 하늘을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번에도 하늘은 군산 취재를 따라 주지 않았다.
도착 첫날 낙조가 좋다는 오성산 전망대에 올랐는데 세상은 온통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서쪽 하늘에 붉은 기운이 감도는 것으로 낙조를 대신할 뿐 해 구경은 할 수 없었다.
낙조 구경을 포기하고 오성산을 내려와 향한 곳은 금강하굿둑이다.

금강하굿둑은 전라북도 장수군에서 발원해 충청남도와 전라북도의 도계를 구분하며 군산만으로 흘러드는 401㎞의 금강 하구를 막아 건설한 둑으로 방조제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 1990년에 완공된 총 길이 1,841m의 금강하굿둑은 전라북도와 충청남도 일원에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를 연간 3억6,000만톤 공급하고 금강 주변 지역의 홍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겸한다. 둑의 북쪽은 충남 장항이고 남쪽은 군산인데 둑 위에 난 도로를 북에서 남으로 달리면 충남에서 전북으로 넘어갈 수 있다. 어두워진 둑 위로 차들이 쌩쌩 달렸는데 그 소리에 놀란 철새 몇 마리가 날개를 치며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성산면 철새로 120.


다리를 건너 다시 군산으로 넘어와 은파호수공원에 다다랐다. 야경이 좋다는 말을 듣고 찾은 곳이다. 미세먼지가 아무리 짙어도 야경의 현란함은 덮을 수 없었다. 은파호수공원에서 야경으로 유명한 물및다리는 원래 고려 말에 만들어진 방죽이었다. 고군산군도의 낙조를 보지 못했는데 칠흑 같은 어둠이 바다와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를 다시 뒤덮으면서 빛나는 야경이 아쉬움을 보상했다. 물빛다리는 야간조명과 음악 분수로 유명한데 야간조명은 연중 가동하지만 음악 분수는 12월부터 2월까지 동파 위험 때문에 가동을 중단한다. 주차장에서 야간조명까지는 데크 길이 나 있고 조명도 켜져 있어 겨울철인데도 산책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물빛다리를 장식한 조명은 시시각각 색깔이 바뀌어 눈길을 뗄 수 없다. 은파순환길 9.

이튿날 겨울 진객 철새 떼를 구경하기 위해 금강철새조망대를 찾았다. 대부분의 철새는 겨울에 왔다가 봄이 되면 떠나가기 때문에 새 구경은 이맘때가 적기다. 금강하구가 철새들의 이동 경로로 이용되는 이유는 비행에 방해되는 해발 700m 이상의 산맥이나 쉴 곳이 없는 대양을 피해 다니는 특성 때문이다. 금강하구는 민물과 바닷물이 합류하는데다 수심이 얕고 먹이가 풍부해 먹이활동을 하기에 적합하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엔 봄부터 여름까지 시베리아에서 번식한 기러기·오리·고니·두루미 같은 겨울 철새 무리가 찾아 군무를 펼친다. 2013년 개장한 조망대는 3만㎡의 면적에 11층 높이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철새 떼를 구경할 수 있는데 군무를 보려면 늦은 오후에 찾는 것이 좋다. 철새들은 보통 낮에는 갈대밭에서 먹이활동을 하다가 해가 떨어지면 천적들을 피해 갯벌로 이동하는데 이때 무리를 지어 비행하는 군무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금강철새조망대에는 황새 등을 볼 수 있는 조류공원과 맹금사장, 부화체험관, 생태체험학습관이 함께 있다.

시내에서 가까운 관광지로는 경암동 철길마을을 빼놓을 수 없다. 경암동 일대는 원래 바다였는데 일제 강점기에 방직공장 조성을 위해 바다를 메운 후 군산역에서 경암동에 이르는 3㎞ 구간에 단선 철도를 가설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방직공장 대신 종이공장이 들어서는 통에 ‘종이철도’라고 불렸다.

한국전쟁 후 피란민들이 철길 주변에 판잣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형성된 이곳은 2008년까지 기차가 다니다가 이후 중단됐다. 이곳을 지나는 기차는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최근 들어서는 1970년대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주전부리를 판매하는 상점, 교복을 대여하는 점방들이 들어서 지역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기자가 찾은 오전 시간에도 사람들로 몹시 붐볐다. 일부 구간에서는 가다 서기를 반복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 어쩔 수 없이 점포구경을 하거나 군것질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다. 경촌4길14.

<글·사진(군산)=우현석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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