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체제 시위 쓰나미’는 몰려오는데…

2020-01-06 (월) 12:00:00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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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는다. 그때마다 미국의 주요언론들이 내놓는 전망이 있다. 새해 들어 미국이 맞이할지 모를 해외정책상의 위기들이다. 올해도 북한이 다시 거론됐다. 이란도 그 후보에 올랐다. 사이버 공격에, 대형 테러도 그 가능성으로 꼽혔다. 미-중 갈등도….

‘잠깐, 전망도 전망이지만 그보다는 최근 국제사회에서의 두드러진 흐름에 더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그 흐름이란 것이 언제 어느 순간 위기로 변모할 수 있으니까.’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의 지적이다.

어떤 흐름에 특히 주목해야 하나. 2019년의 스토리는 단연 전 세계를 강타한 ‘반체제 시위 쓰나미’다. 그 현상에 특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볼리비아, 칠레, 에콰도르, 온두라스 등 라틴아메리카는 물론 스페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구, 홍콩과 대한민국 등 동아시아, 레바논, 이라크 등 중동지역, 심지어 러시아 등 지구촌 곳곳에서 불평등 타파와 체제변화를 요구하며 사람들은 대거 거리로 몰려 나왔다.

그 반체제 시위 쓰나미 현상이 2020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대규모 거리 시위는 한번 촉발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 때문에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이어져 미국의 해외정책에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에서의 시위사태를 보자. 시작은 세계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순한 반미시위로 보였다. 참가자 숫자가 수천으로 늘면서 성조기를 불사르는 등 시위는 과격해졌다. 결국 시위대는 대사관 철문을 부수고 공관 안쪽으로 진입해 불을 질렀다. 지난해 마지막 날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 앞에서 발생한 시위의 광경이다.

미국 대사관이 로켓포 등 원거리 공격이 아닌 시위대에 습격당한 것은 처음으로 시위는 새해 첫날에도 계속됐다. 미국은 그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공개적 경고에 나섰다. 그리고 이틀 후 미군의 공습으로 바그다드를 방문 중이던 이란의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사망했다.

이란이 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간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초강경대응을 한 것이다. 거리의 시위로 시작된 위기는 또 한 차례의 중동전쟁을 불러올 수 있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지구촌을 강습한 시위 쓰나미로 볼리비아, 수단, 알제리 등지에서는 이미 레짐 체인지가 이루어졌다. 최고 권력자가 권좌에서 밀려난 것이다.

올해도 계속될 전 세계적인 반체제 시위로 아마도 최소한 5~6개 이상 정권이 쓰러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워싱턴의 시각이다. 그리고 그 중 한 두 나라의 경우 시민봉기에 따른 정권붕괴는 극히 폭력적인 내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것.


문제는 해당 국가가 미국으로서 결코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이해가 걸린 경우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상황에 따라서는 사태수습을 위해 미군을 파병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어찌됐든 미국으로서는 꽤나 골치 아픈 외교문제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반체제 시위 격랑. 그 현상은 그러면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원인은 상당히 다양하다. 빵값 인상에서 교과서기금 삭감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압축하면 몇 가지로 대별된다.

빵값 인상이 도화선이 되듯이 경제적 어려움이 그 한 원인이다. 만연한 비리도 그 하나다. 그러니까 집권층의 부정부패에 사람들은 진저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국가와 정부기구도 반체제 시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 2019년 거리시위의 특징은 참가 숫자가 어느 때보다 많다는 점이라는 것이 ‘지도자 없는 혁명’의 저자 카르느 로스의 지적이다. 시작은 미약하다 그런데 시위가 계속되면서 삽시간에 사람들이 불어나 수백만에 이른다. 그러면서 체제가 무너진다. 전 국민의 10%, 300여만이 참가한 알제리 시위가 그 한 예다.

이는 다름이 아니다. 그만큼 사람들은 분노했고 또 깊이 좌절하고 있다는 것으로 ‘반체제 시위 쓰나미 현상은 2020년대의 한 시대적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로스는 내다보고 있다.

2019년의 스토리, 지구촌을 휩쓴 반체제 시위. 그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와 관련해 상당한 시사를 던지고 있는 것 같다.

‘새해다. 그런데 희망보다는 절망감, 두려움이 앞선다’- 2020년의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에서 지난해보다 더한 어려움이 예상되면서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소리다.

“올해는 세계 경제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주류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한국은 그러나 예외다. 그렇지 않아도 바닥이다. 그 한국경제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거다. 안보위기도 더 증폭될 조짐이다. 군사적 충돌만 나지 않으면 ‘그런대로…’란 말이 나돌 정도다.

그런데 정치는 없다. 청와대와 여당의 일방독주만 있을 뿐이다. 추미애 법무장관 임명 재가로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의 새해 첫 업무부터가 그렇다. 3연속 국회 날치기도 모자라 검찰개혁이란 이름하에 아주 오연히 인사권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 모양새가 그렇다. 정권안보, 권력유지를 위해 무슨 짓이라도 서슴지 않을 태세다. 그 폭주, 그 오만 뒤에 오는 것은 무엇일까. 성난 민심의 파도가 아닐까.

2020년은 반체제 시위 쓰나미가 한국에도 몰려드는 그런 해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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