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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뉴’ 공존… 중세건물 곳곳 젊음이 흐른다

2019-12-13 (금) 글·사진(몽펠리에)=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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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몽펠리에
12세기로 돌아간듯 고즈넉한 건물들, 불어 배우러 모여든 1020들로 북적

▶ 개선문서 걸어 반나절에 동네 한바퀴, 코메디광장엔 현대풍 카페와 식당들
예술의 나라답게 곳곳 갤러리 들어서...“이래서 ‘프랑스의 숨은보석’이라는구나…”

‘올드&뉴’ 공존… 중세건물 곳곳 젊음이 흐른다

연말을 맞아 몽펠리에 코메디 광장에 설치된 대관람차.

‘올드&뉴’ 공존… 중세건물 곳곳 젊음이 흐른다

몽펠리에 시내 모습.



프랑스 남부 하면 흔히 떠올리는 도시는 남부 최대 휴양지인 니스나 빈센트 반 고흐가 살았던 아를, 매년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칸 정도일 것이다. 몽펠리에는 많은 이들에게 익숙하지는 않은, 숨은 보석 같은 도시다.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학문·문화의 도시이자 신구(新舊)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 1년 중 60일 정도만 빼면 날씨가 좋아 프랑스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하다.

파리에서 남쪽으로 800㎞ 정도 떨어져 있는 몽펠리에에 가려면 파리 리옹역에서 테제베(TGV)를 타고 3시간30분가량 가야 한다. 비행기로는 1시간10분이 소요된다. 지중해와 10㎞ 남짓 떨어져 있으며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이탈리아에서 3시간 거리에 위치해 프랑스 인근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방문할 수 있다.


몽펠리에 구시가지 골목을 걷다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시대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몽펠리에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은 12세기에 지어졌다. 하지만 도시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은 젊다. 1180년 설립돼 프랑스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몽펠리에 의학대학 등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대학이 많으며, 프랑스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많이 찾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옛 건물이 밀집해 있는 올드타운은 북적이는 젊은 학생들로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시내를 둘러보려면 개선문이나 구시가지 중심인 코메디 광장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반나절이면 코메디 광장과 개선문, 페이루 왕실 광장 등 주요 관광지를 걸어서 모두 살펴볼 수 있다. 개선문에서 투어를 시작한다면 개선문을 중심으로 한쪽으로는 페이루 왕실 광장, 또 한쪽으로는 리틀 샹젤리제 거리로 불리는 포슈(Foch) 거리를 만날 수 있다. 가이드 투어를 미리 신청하면 개선문 위에도 오를 수 있다. 날씨가 좋다면 총 90개의 좁은 원형 계단을 따라 올라간 개선문 위에서 몽펠리에 시가지 전체를 내려다보며 근접한 바다까지 시야에 담을 수 있다. 페이루 왕실 광장은 1689년 루이 14세의 영광을 기리고자 지어진 광장으로 중앙에 루이 14세 동상이 있다. 그 뒤로는 육각형 모양의 집수장인 ‘물의 성’과 퐁 뒤 가르를 본떠 만든 880m 길이의 로마식 수교인 생 클레망 수교가 있다.

몽펠리에는 포슈 거리와 개선문·오페라하우스 등 파리를 연상케 하는 건축물들을 시내 구석구석에서 만날 수 있어 ‘리틀 파리’로도 불린다. 하지만 거리 곳곳을 걷다 보면 파리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준다. 파리가 세련된 대도시라면 몽펠리에는 그보다는 더 평화롭고 아기자기하다. 포슈 거리를 지나 코메디 광장으로 향하는 골목에는 몽펠리에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유적도 숨어 있다. 바로 유대인 미크베(mikve)다. 미크베는 유대인들이 결혼 전이나 중요한 행사 때 정결 의식을 행하고 나오는 목욕탕 같은 곳으로 12세기에 지어졌다. 목욕탕과 탈의실 두 개의 공간이 모두 보존된 곳은 이곳이 거의 유일하며 유럽에서 가장 보존상태가 좋고 오래된 미크베로 꼽힌다.

골목 구경을 하다 보니 어느새 코메디 광장에 다다랐다. 몽펠리에의 중심인 이곳 코메디 광장은 몽펠리에 트램 여러 노선이 거치는 교통의 중심지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분수가 자리하고 있다. 헤라와 아프로디테·아테나까지 그리스 신화의 아름다운 세 여인을 조각상으로 장식한 에티엔 당트완의 작품으로 1796년 세워졌다. 코메디 광장 주변 골목길에 쏙쏙 박혀 있는 작은 카페며 레스토랑, 갤러리, 부티크 의상실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연말인 지금은 이곳에 대관람차가 설치되고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욱 살려준다.

몽펠리에 시청이 있는 신시가지에서는 지금의 몽펠리에를 이루고 있는 현대식 건물을 만날 수 있다. 몽펠리에 시청은 2011년 11월 ‘빛의 장인’이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에 의해 지어졌다. 로비 천장은 17세기 몽펠리에 시의회 자료들을 확대한 것으로 꾸며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표현했다.

박물관과 미술관의 나라인 프랑스인 만큼 몽펠리에에서도 예술작품을 접할 기회를 놓치지는 말자. 파브르 미술관(Le Musee Fabre)은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으로, 특히 17세기 플랑드르와 네덜란드 화가들, 유럽 회화 대가들의 작품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글·사진(몽펠리에)=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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