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욱! 하는 당신, 성인 ADHD?

2019-12-05 (목) 케이 김 정신건강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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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오늘 김샜다. 주차위반 티켓! 무려 100불짜리다. 빨간 금에 잠깐 세웠는데. 욱! 혈압이 치솟는다. 야잇! 바퀴를 발로 찬다. 집으로 돌아와 만만한 아내 얼굴을 보니 더 화가 치민다. “술 가져와!” 이런 일은 A에게 처음이 아니다. 하루걸러 크고 작은 사건이 터진다. 아직 처리 못한 파킹 티켓이 여러 장 쌓여있고 마감일을 넘겨 벌금이 더해진 세금 고지서, 프리웨이 카풀 레인을 혼자 탔다가 적발됐을 때 욱!을 못 이겨 경찰에게 고함을 지르는 바람에 시작된 법원 출두명령, 사사건건 잘못을 지적하는 직장 상사, 사방이 욱! 투성이다.

A에게 자신의 욱!은 정당하다. 본인은 ‘법 없어도 살 사람’인데 세상이 자기를 화나게 한다. 가족들은 ‘그누무 욱하는 성질 좀 죽이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어린 시절부터 늘 비슷한 잔소리를 들어왔던 것 같다.

A의 경우, 대개는 ‘성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진단한다. ADHD는 주로 아동기 질환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60% 이상은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된다. ADHD가 상식이 된 요즘은 어려서부터 상담에 데려오는 부모가 많으나, 30-40대 이상 성인들은 아동기에 ADHD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경우가 흔치 않았다. 1980년대 말에야 비로소 주목을 받기 시작한 때문이다.


성인 ADHD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12세 이전에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 충동성을 보였는지 살펴본다. 직장이나 가정 등에서 동료, 가족, 남들과 자주 부딪히고, 시작은 하는데 흐지부지 마무리를 못 짓는 사람, 매사 어느 것 하나 믿고 맡길 수 없을 정도라면 ADHD를 의심하게 된다. 성공적으로 일 처리를 못하니 쉽게 좌절하고, 감정 컨트롤이 어려워 사사건건 욱!이다. 산만함 때문에 남의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아 대화내용을 잊어버리고는 상대에게 화를 낸다. 대인관계에서 긴장하고 충동적, 반항적인 태도를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6가지 질문을 통해 스스로 진단할 수도 있다. 지난 6개월간을 떠올려보자. 4개 이상 ‘그렇다’라면 전문가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1)일을 마무리 짓지 못해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 (2)일을 할 때 순서적으로 하기 힘들다 (3)약속이나 해야 할 일을 잊어 곤란한 적이 있다 (4)골치 아픈 일은 피하거나 미루는 적이 있다 (5)오래 앉아있을 때 손을 만지작거리거나 발을 꼼지락 거린다 (6)마치 모터가 달린 것처럼 과도하게, 혹은 멈출 수 없이 활동하는 경우가 있다.

약속 못 지키는 건 부지기수, 소지품 잃어버리기 다반사, 시간 관리도 엉망이다. 남성 환자는 난폭운전, 여성 환자는 충동구매 사례가 흔하고, 직장의 이직, 실직이 이어진다. 소득 수준은 정상인보다 낮고, 범죄 사고율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ADHD 학회의 연구보고이다.

상담결과 A에게는 우울과 알코올 중독증세가 보였다. 이처럼 함께 따라오는 동반질환도 눈여겨봐야 한다. 75%는 불안, 우울, 약물남용, 수면장애, 20%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도 나타낸다. 하버드대 케슬러 교수팀은 ADHD 환자의 대졸 비율이 19%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정상인이 또박또박 출퇴근하는 비율은 60%, 이들은 34%에 그친다.

지난해에는 한국에서 ADHD 진단을 받은 한 청년이 ‘군대의 규칙적인 생활을 지킬 능력이나, 명령 수행능력이 빈약하다’는 이유로 군 징집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이긴 바 있다. A같은 환자에게는 단기 행동수정을 위한 심리교육, 중독 치료와 더불어 인지행동 치료기법 상담이 효과적이다.

<케이 김 정신건강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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