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밑과 독거노인

2019-12-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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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5만 명씩 늘고 있다. 그 4명 중 1명은 빈곤층이다. 그리고 자살률은 해마다 높아간다….’ 급격한 고령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이다.

한국은 여러 부문에서 세계 1위 국가다. 그 중 하나가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거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중위소득 50%를 기준으로 할 때 47.2%(2013년 기준)를 기록, 이는 한국 다음으로 높은 호주에 비해 13.5%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통계로 파악되는 한국 노년들의 삶은 음울한 그레이 일색이다. 그 중에서도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는 것은 독거노인 문제다. 고령화와 사회양극화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된 한국사회의 한 단면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살공화국으로 불리고 있는 한국의 자살률은 최근 들어 감소추세에 있다. 노인들의 경우 이야기는 다르다.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로 조사됐다. OECD 국가 평균보다 3배 정도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 건강문제, 외로움 등으로 고민하다가 자살을 선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노인들은 그러면 어떤 삶을 영위하고 있을까. 그 삶의 질을 한국과 비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독거노인들의 경우 경제적으로 쪼들리기는 마찬가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한 상태에서 독거노인이 1년에 드는 최소한의 생활비는 얼마가 될까. 50개주의 미국이다. 때문에 지역마다 편차가 크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연 2만1,012달러에서 3만1,800달러가 최저선이라는 것이 매서추세츠 대학의 발표다.

생활비가 가장 적게 드는 주는 앨라배마로 혼자 살아가는 데 소요되는 최저경비는 연 2만1,504달러, 워싱턴 DC의 경우는 3만3,060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산출됐다. 이는 여행이나 외식 그리고 오락비는 뺀 기본액수로 미국의 대다수 독거노인들은 이 같은 기본생활비 충당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노년층은 수입의 상당 부문을 소셜 시큐리티 연금에 의존하고 있고 빈곤층의 경우는 그 의존도가 9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말로 하면 소셜 시큐리티 연금만으로는 살아가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매서추세츠 대학의 조사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독거노인에 국한된 조사다. 건강이 안 좋은 노인들의 경우 상황은 더 힘들지 않을까. 연방질병통제센터(CDC)의 최근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65세 이상 연령층 5명 중 1명은 건강에 상당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거기다가 10명중 4명은 시각, 청각에 문제가 있거나 대화나 인식에 어려움을 겪는 등 불편한 상태에 있다는 것.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살아가는 데 그만큼 경비가 많이 든다는 것이다.

CDC는 동시에 현재 75세인 남자의 경우 앞으로 평균 11.3년, 여성의 경우는 13년을 더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세밑이다. 주변의 작은 자들을 돌아보는 계절이다. 홀로 지내는 노인들을 먼저 찾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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