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2019-12-04 (수) 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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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번번이 인명 피해가 나지만 총기 규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평범한 소시민들은 학교, 교회, 샤핑물, 식당, 콘서트장 어딜 가나 항상 주위를 살피고 경계하는 생활습관을 길러야만 하는 것인가. 국토안보부에서는 ‘총기난사 대피계획’으로 ‘도망가라, 숨으라, 싸우라(Run, Hide and Fight)’를 안내했다.

영국은 1607년에 시작하여 1733년까지 13개의 식민지를 대서양 연안에 만들었다. 영국이 식민지의 통제를 강화하자 13개 식민지가 조지 워싱턴을 중심으로 결속, 궐기하여 1783년 대영제국으로부터 독립한 것이 미국의 시초다.

1789년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지도 아래 연방국가가 발족했다. 미국은 1848년 31개 주로 발전하고 원주민 인디언을 몰아내고 서부를 개척해 나갔다. 내전의 시기(1851~1865), 제1차 세계대전, 세계경제대공황, 제2차 세계대전을 거쳐 한국전쟁과 냉전, 흑인해방운동(1945~1964), 베트남전쟁과 워터게이트 사건을 치른 격동의 시대 후 걸프 전쟁, 이라크 전쟁, 2001년 9.11 테러 등을 지나 현재에 이르고 있다.


9.11 이후 미국은 ‘기우는 태양‘, 쇠퇴기라는 주장들이 많다.

그렇다면 미국의 전성기는 언제였을까? 남북전쟁 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한 1918년까지라는 주장이 있다. 이때 철도, 강철, 석유 등의 재벌기업이 탄생하고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을 발판삼아 미국의 산업혁명이 완성됐다는 것.

다른 주장은 제2차 세계대전이후 참전국 중 미국만 유일하게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았고 경제력은 비약적으로 확대되어 전쟁 후 피폐한 여러 나라의 부흥과 후진국 원조 등에 적극 힘쓰던 때다. 한국도 이때 많은 혜택을 받았다.

여전히 오늘날도 정치, 경제. 군사, 문화기술 등에 우세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2020년 대선을 치른다. 미국 대선 제도는 좀 어렵다.

독립 이후 연방을 만드는 과정에서 작은 주의 권리도 보장해 주기로 각 주들이 합의한 것이 상원은 모든 주에 동일하게 2석씩 배정해 주고 하원은 인구에 비례해 의석을 배정한 것, 이것이 대선에도 똑같이 적용돼 큰 주가 주장하는 국민 직선제가 아니고 작은 주가 요구한 간접선거도 아닌 선거인단 제도가 만들어졌다.

고어가 부시에게, 힐러리가 트럼프에게 패한 뒤 다른 나라들처럼 주별 승자독식이 아닌 득표수에 따라 당선자가 나오게끔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나 현행 헌법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미국 헌법은 1788년 최초 제정 후 27번 수정됐다. 수정헌법 제1조에서 제27조까지인데 1791년 시민이 자기 방어를 위해 무장할 수 있는 수정헌법 제2조가 제정됐고 1804년 수정헌법 12조에서 주민들이 선거인단을 선출하게 했다.


내년 대선에서는 총기규제가 이슈가 될 수 있을까?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롯 민주당 경선 후보자들이 일제히 2004년 중단된 공격용 총기 판매금지법 부활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뒤늦게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출마를 선언한 블룸버그는 총기 규제를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난사가 중단돼야 한다’면서 총기규제법 관련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전미총기협회(NRA)의 막강한 영향력은 여전하다.

그러나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민주당이 상원까지 석권한다면 공격용 총기판매 금지법이 부활하지 않을까? 수정헌법 제2조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총기로 일어난 나라, 총기로 망한다는 말이 들려도 미주한인들은 “미국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않았다”는 로널드 레이건의 말에 희망을 걸자(1984년 11월1일 재선 마지막 캠페인에서). 그렇다, 미국은, 즉 ‘나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갑자기 힘이 솟구치지 않는가.

<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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