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수도 프라하에는 존 레논의 벽으로 불리는 담장이 하나 있다. 비틀스 멤버였던 존 레논과 프라하는 사실 아무 관련이 없다.
1980년 존 레논이 사망했다. 그러자 그를 추모하기 위해 익명의 화가가 벽에 그의 노래가사와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가 이곳에 공산정권을 혐오하는 반정부 구호들이 적히기 시작했다.
본래 이 벽은 몰타 대사관 담장의 일부로 치외법권이 인정돼 당시 체코슬로바키아 공산정권은 벽에 그려진 반정부 낙서들을 지울 수 없었다.
몰타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 벽을 보호해 와 그 벽은 현재까지 존속해 있다. 이와 동시에 그 벽은 표현의 자유, 저항을 의미하는 보통명사화 되면서 ‘레논 벽(Lennon Wall)‘으로 불리게 되고 자유를 갈망하는 전 세계 청년문화의 상징이 됐다.
그 레논 벽이 재난을 맞고 있다. 체코의 레논 벽이 그렇다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대학가에 세워진 레논 벽들이 수난의 계절을 맞고 있는 것이다.
수난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유학생들이다. 홍콩의 민주화 항쟁이 격화되면서 한국의 대학가 곳곳에 세워진 레논 벽에는 홍콩시위를 지지, 격려하는 포스트잇과 대자보들이 나붙었다.
그러자 중국유학생들은 떼 지어 다니며 완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 ‘홍콩은 중국의 일부’라는 포스트잇을 부착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발 더 나가 홍콩의 자유화 운동을 지지하는 대자보를 제멋대로 찢어 버린다.
그뿐이 아니다. 한국학생들에 대한 공공연한 협박에 폭력도 마다않는 ‘중국스러운 애국심’을 발휘하는 만용을 부리기도 한 것. 이처럼 한국과 중국 학생간의 갈등이 고조되자 대학가의 레논 벽은 일대 수난기를 맞게 된 것이다.
‘무책임한 의사표현으로 학내가 혼란에 빠지고 질서가 훼손된다면 대자보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를 내세워 한국외대는 홍콩시위 지지 내용의 대자보를 모두 철거했다.
서울대는 한술 더 떴다. 중앙도서관 벽면에 설치됐던 레논 벽을 아예 철거하고 만 것. 그 뒤를 이어 중앙대도 ‘비방, 혹은 정치적 내용의 대자보에 인가도장을 찍어줄 수 없다’며 홍콩시위 관련 대자보 부착을 사실상 금지했다.
폭력사태 발생은 막아야한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대학당국들이 내린 조치는 일면 이해가 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성급하고 단견적 조치는 아닐까.
자유와 지성, 양심을 추구해야 하는 곳이 대학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주권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제멋대로 날뛰는 일부 중국학생들의 야만스런 행동에 겁을 먹고 민주주의 사회의 근본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막는 조치를 대학이 스스로 취해 하는 말이다.
홍콩시위지지 대자보 부착을 금지하고 레논 벽을 철거하기 보다는 먼저 대한민국이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중국학생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내리고 그래도 불응하면 퇴학 등 강경조치를 내리는 게 순서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