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주 쓰레기

2019-11-15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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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래비티’(Gravity, 2013)는 지구 상공 600km에서 허블망원경을 수리하던 두 우주비행사가 초고속으로 날아온 인공위성 파편에 부딪쳐 우주공간에 내팽개쳐진 상황에서 시작된다. 이 파편은 러시아가 미사일을 쏘아 올려 자기네 첩보위성을 파괴시키면서 발생한 것이다. 폭발한 위성 잔해는 엄청난 속도로 지구궤도를 덮치고, 다른 위성들까지 연쇄적으로 폭파시키면서 허블망원경과 왕복선은 물론 국제우주정거장(ISS)까지 박살낸다.

특수효과와 촬영 등으로 오스카 7개 부문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우주쓰레기의 재난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영화로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그렇다면 이 영화 내용과 같은 재난이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대답은 ‘예스’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중국이 자국의 기상위성 펑륜 1c호를 지상에서 미사일로 요격하는 바람에 지름 10cm 이상의 우주쓰레기 4,000개와 수만개의 부스러기들이 생겨난 사건이 있었다. 2009년에는 미국의 이리듐 위성과 러시아의 코스모스 위성이 서로 부딪쳐 산산조각 나면서 역시 많은 우주쓰레기가 발생했다. 바로 두달 전에는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인터넷위성 ‘스타링크 44’와 유럽우주국(ESA)의 지구관측 위성 ‘아이올로스’가 충돌위험에 처하자 ‘아이올로스’가 긴급히 고도를 높임으로써 사고를 면했다. 국제우주정거장은 1998년 이후 우주쓰레기와의 충돌위험을 피하기 위해 궤도조정을 하거나 우주인들이 급히 소유즈 귀환선으로 대피하는 소동을 15번이나 치렀다.


이런 위기는 우주쓰레기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 지구 공동체가 당면한 쓰레기 문제는 토양과 해양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만이 아니라 지구 대기권 바깥 궤도에서 돌고 있는 우주쓰레기의 양이 해마다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주쓰레기는 인간이 우주로 쏘아 올린 후 고장 났거나 임무를 마치고 연료가 떨어져서 버려진 인공위성, 로켓, 이들의 충돌잔해, 우주인이 놓친 각종 도구, 엔진으로부터 나오는 미세한 추진제 부스러기 등이다. 현재 지상에서 추적이 가능한 지름 10cm이상의 쓰레기만 해도 2만2,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우주쓰레기는 지구를 돌다가 고도가 차츰 낮아져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불타 없어지게 되는데 그 시간이 대략 25년이나 걸리는 게 문제다. 따라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임무가 종료된 위성은 남아있는 연료로 고도를 크게 낮추어 빠른 시간 내에 대기권 진입을 유도하거나, 높은 고도의 위성들은 아예 고도를 더 높여서 영원히 지구 주위를 떠돌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돌고 있는 쓰레기들은 대부분 조종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게 문제다.

이런 위기에 아랑곳없이 스페이스X는 금주 초 무게 260㎏의 미니위성 60기를 쏘아올렸다. 지난 5월 보낸 1차분 60기에 이은 2차분 위성들로, 앞으로 24차례에 걸쳐 수만개의 위성을 지구 궤도에 배치해 초고속 우주인터넷망 ‘스타링크’를 구축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스페이스X 외에도 원웹(OneWeb), 아마존, 텔리샛(telesat) 등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추진 중이라니 지구 궤도는 한층 더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밤하늘은 우리가 알던 밤하늘이 아니다. 수많은 인공위성 때문에 지구에서의 불빛 공해는 더 심해질 것이고, 우주쓰레기들의 연쇄충돌로 끔찍한 재앙이 닥쳐올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참사가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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