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11월9일. 무슨 날인가. 동서냉전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날이다. 1999년, 2009년 등 베를린 장벽 붕괴 10주년, 20주년 등 ‘0’으로 떨어진 해를 맞아 왜 사회주의는 망했는지 그 동안 언론 등을 통해 숱한 진단이 나왔다.
동과 서, 공산블록과 자유진영을 가로 막는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때는 1961년 8월13일로 이 거대한 장벽은 28년간 존재해왔다. 올해는 그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30년이 되는 해. 그러니까 장벽이 없는 세월이 이제는 더 길어진 셈이다.
그래서인가. 2019년 11월9일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을 전후 해 쏟아져 나온 많은 이야기들이 그렇다. 적지 않은 게 ‘그 때 그 상황’에 대한 일종의 회고담들이다. 그 중 하나가 바나나 이야기다.
사람들이 길게 줄 서있다. 그러면 과거 동독권에 살고 있는 독일인들은 지금도 이렇게 되묻는다고 한다. “바나나가 출고됐나. 왜 사람들이 줄서 있지?”
자유시장 경제의 서독에서 바나나는 흔했다. 중앙통제경제의 동독에서는 아주 귀한 과일이었다. 때문에 바나나가 나왔다하면 가게 앞에 긴 행렬이 생기기 마련으로 중년이 넘은 동독출신 독일인들은 무의식에 잠재된 그 기억 탓인지 그런 식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바나나 스토리는 무엇을 말하나. 사회주의가 들어선 곳에서 경제가 번영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달리 말하면 경제적 자유가 없는 곳에는 결핍만 있다는 것.
베를린장벽 붕괴라는 극적 사태가 없었다고 가정하자. 동독은 그러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었을까. 이 질문과 관련해 내셔널 리뷰지는 당시 동독경제를 주물렀던 당국자를 인터뷰했다. ‘길어야 1년, 6개월을 못 버텼을 것’이란 게 그 당국자의 솔직한 답변이다.
당시 동독의 국내총생산(GDP)은 아일랜드를 능가하고 서독 주민과의 1인당 소득은 32% 차이밖에 안 나는 것으로 미 CIA는 파악하고 있었다. 이는 그러면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까.
구 동독 당국자의 설명은 아주 간단하다. 모든 경제통계가 거짓이었기 때문이란 거다. 어느 정도로 거짓이었을까. 동독공산당 정치국원들에게조차 진실은 은폐된 채 거짓 통계가 보고 됐었다는 것.
이런 동독의 전례로 볼 때 석유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가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후 식량조차 모자라 2017년 1년 동안 전 국민의 체중이 평균 24파운드 감소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에, 결과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거짓을 기반으로 한 체제. 그 사회주의가 들어서면 뒤따르는 것은 결핍밖에 없다. 자유의 결핍은 물론 물질의 결핍에 이르기 까지. 그 사실이 점차 잊혀져가고 있다는 것이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아 제기되는 또 다른 지적이다.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로 대별되는 미국의 젊은 세대 중 상당수는 사회주의를 장밋빛 색안경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 게다가 제철을 만난 사람들은 사회주의 정치인들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해졌나.
공민교육, 냉전시대사, 공산주의 등이 공립학교 커리큘럼에 들어있지 않다. 그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아 미국사회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뒤늦은 성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