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눈으로 듣고 만져본다면

2019-11-02 (토) 12:00:00 계영희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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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텔레비전의 드라마나 코미디를 틀어놓고 볼륨을 끈 후 화면만 바라볼 때가 있다.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지만 내게는 등장 인물들이 표정과 몸짓 등의 비언어적인 신호를 가지고 무엇을 전달하는지 맞추어 보는 나름대로의 즐거운 게임이다.

커뮤니케이션 이론 중의 하나인 ‘메라비언의 법칙’에 의하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할 때 말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의 7%만을 전하고 목소리의 톤은 38%, 나머지 비언어적 행동 즉 표정이나 몸짓은 55%를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는 종종 말로 전달되는 메시지에만 관심을 두고 표정과 자세나 행동 등이 아닌 메시지는 무시해 버리기가 쉽다.


딸과 아들을 둔 나는 첫 딸과 달리 아들이 말이 늦어서 그 아이가 말을 할 때까지 그의 단순한 비언어적 메시지를 읽기 위해 눈으로 그의 의사를 들어야 했던 기억이 있다.

눈으로 듣는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경험은 지금까지 만나는 이들의 얼굴과 자세, 걸음에 나타난 상처나 좌절, 기쁨, 소망 등 말로 하지 않는 메시지에 관심을 두는 동기가 되었던 것 같다. 때론 보여주는 앞 모습 보다는 가식없이 자연스런 뒷모습의 걸음걸이에서 거짓없는 정확한 메시지가 들려질 때가 있기도 하다.

언젠가 뉴욕의 현대미술관인 모마(MOMA)에서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현대 미술가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가 ‘예술가가 여기 있다’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낯선 사람과 눈과 눈을 마주하며 소통하는 퍼포먼스를 하였다. 그 퍼포먼스에서 아브라모비치의 연인이었던 독일의 작가이자 동료 행위 예술가인 울라이(F. Ulay)가 아브라 모비치의 앞에 앉아 그녀와 소리를 내지 않고 대화하는 장면을 유튜브를 통해서 감동있게 본적이 있다. 그 장면을 본 사람은 소리없는 눈의 대화가 얼마나 깊이가 있고 무게가 있는 장엄한 소통이 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가족과 친구 동료들 사이에서 관심을 갖고 대화를 하려고 할 때 자신은 어떻게 대화를 하고 있는지 한번 떠올려 보자. 대화의 내용에 따라 다양할 수 있지만 가장 가까운 곳의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라면 먼저 듣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성경 속의 지혜자 솔로몬이 백성을 올바르게 다스릴 지혜를 하나님께 구할 때 지혜라는 표현은 원본에서 LISTENING HEART, 즉 듣는 마음이다. 그러므로 지혜로움은 특별한 능력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진정한 마음으로 잘 들을 줄 아는 것이다. 들어야 할 이야기는 언어가 아닌 비언어적인 요소로 들을 수 있다.

말하는 내용에 더한 비언어적 메시지는 머리와 얼굴을 주목할 때 더 읽을 수 있다. 머리를 끄덕이거나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또는 머리를 앞으로 내밀거나 숙이는 등등의 모습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손은 또 강한 비언어적 요소이기도 하다. 슬픔이나 근심을 전하기위해 손을 비틀수도 있고 꽉 쥔 손은 분노나 긴장의 표시 일 수 있다.


이를 악물고 긴장된 목소리로 “나는 화나지 않았어” 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비언어적인 메시지에 유의하게 된다. 눈으로 들음으로 상대방의 말에 사로잡히기 보다 진짜 감정과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듣고 반응할 수가 있다.

오늘도 사랑하는 이의 눈을 들여다 보고 표정을 읽어보며 그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기 위해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

당신이 사랑하는 자의 감정은 가을 하늘의 맑은 날씨가 될 것이고 그 날씨를 함께 하는 당신의 사랑은 더욱 더 깊어갈 것이니까.

<계영희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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