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리시맨’ (The Irishman) ★★★½ (5개 만점)...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 1950년대 마피아 킬러의 실화
살인·실종…향수·후회 가득
갱스터 킬러 프랭크가 자기가 신변을 보호하는 트럭노조 위원장 지미 호파(중간 왼쪽)를 데리고 군중 사이를 빠져나오고 있다.
‘굿펠라즈’와 ‘카지노’ 같은 갱영화를 잘 만드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오래간만에 전문 장르로 돌아가 연출한 모양새 보기 좋은 준수한 대하 서사극이지만 신선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대신 과거 갱영화들의 모음집을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이 느껴진다. 반복되는 내레이션과 트랙캥 샷은 ‘굿펠라즈’를 연상시킨다.
막힘없는 진행과 촬영과 분장과 의상과 세트 그리고 뛰어난 연기 등 볼 것이 많기는 하지만 갱영화치고는 역동성이 부족한데 가장 큰 문제는 상영시간이 3시간 반이라는 것. 1시간 정도 잘랐다면 훨씬 더 흥미진진한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영화의 중심부분인 실종된 트럭노조 위원장 지미 호파의 얘기가 과다하게 길다.
1950년대부터 30여 년간 마피아 두목 러셀 버팔리노의 킬러 노릇을 했던 아일랜드 출신의 프랭크 쉬란의 실화다. 살벌하고 잔인하면서도 향수와 후회가 가득한 영화로 Netflix 작품이다.
이 영화는 3명의 주인공들인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 그리고 조 페시의 젊은 시절을 다른 배우들을 쓰지 않고 컴퓨터로 세 사람의 얼굴을 젊게 만들어 찍었다. 처음엔 다소 어색하나 상당히 효과적이다.
가톨릭이 운영하는 노인아파트에서 말년을 외롭게 보내는 프랭크(로버트 드 니로)가 카메라를 보고 자기 과거를 회상한다. 1970년대 중반 프랭크와 러셀 그리고 이들의 부부가 함께 차를 타고 버팔리노 일가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가다가 도중에 러셀이 볼일이 있다면서 한 집에 들른다. 여기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피해자가 누구인지는 나중에 밝혀진다.
이어 얘기는 프랭크가 필라델피아에서 트럭운전사로 일하던 1950년대로 돌아간다.
프랭크는 어느 날 들른 주유소에서 러셀(은퇴한 조 페시가 스크린에 복귀했다)을 만나면서 러셀의 눈에 들어 그에게 고용된다. 물론 프랭크는 처음에 러셀이 범죄조직의 두목인줄을 모른다. 러셀에 고용된 프랭크는 처음에는 마피아를 위해 돈을 수금하는 일을 하다가 결국 무자비한 킬러가 된다.
영화는 1950-60년대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트럭노조 위원장 지미 호파(알 파치노가 처음으로 스콜세지의 영화에 나온다)가 등장하면서 다소 느슨했던 서술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프랭크가 러셀에 의해 호파의 보호자로 파견되면서 프랭크와 지미는 친구처럼 친해진다. 그러나 호파가 교도소에서 출감한 뒤 자신의 과거를 되찾겠다며 바뀐 세상 분위기를 무시하고 노조위원장 선거에 나서면서 그는 1975년 실종된다. 이 사건은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는데 영화에서는 프랭크에 의해 호파의 죽음이 설명된다. 프랭크 쉬란은 2003년에 사망했다.
영화는 완전히 남자들의 영화로 거론할만한 여자로는 아버지에게 등을 돌린 러셀의 딸 페기로 안나 파퀸이 나오나 미약하다. 또 하나 유감인 것은 스콜세이지의 영화 단골이었던 하비 카이텔이 소모품처럼 쓰여진 것.
드 니로와 파치노 및 페시의 연기가 다 훌륭한데 특히 페시가 사려 깊으나 무자비한 러셀 역을 조용하고 깊이 있게 한다. 파치노의 기고만장한 연기도 장관이다. 드 니로 역이 셋 중에서가장 덜 화려하지만 실팍한 연기다. 끝이 매우 비감하다. R등급. 랜드마크(피코 & 웨스트우드) 등 일부지역. 27일부터 Netflix에서 스트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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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