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주 와인 컨트리에 이어 남가주 게티 센터 인근과 시미 밸리 등 가주 곳곳이 화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일대 주민들을 괴롭히는 것은 화마만이 아니다. 전기를 공급하는 회사들이 전기를 끊는 바람에 이곳 주민들은 해만 지면 촛불에 의지해야 하는 원시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TV, 냉장고, 인터넷은 물론 안 된다.
전기회사들이 단전조치를 취한 것은 강풍으로 전기선이 끊어질 경우 이것이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 게티 센터 주변에서 타고 있는 산불은 강풍으로 나뭇가지가 전깃줄을 쳐 일어났고 작년 남가주 울시 화재와 사우전드 옥스 화재 또한 전기장치가 원인이 됐다. 1만4,000채를 태운 가주 역사상 최악인 작년 캠프 화재도 전깃줄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화재위험이 있을 때마다 전기를 끊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할 뿐 아니라 주민들에게 엄청난 불편을 초래한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8만1,000마일에 달하는 전깃줄을 모두 지하로 묻어야 한다. 그러려면 2,400억 달러의 예산이 필요하다. 전기 사용자 1인당 1만5,000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드는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하고도 산불위험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산불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산불의 84%는 인간에 의해 일어난다. 벼락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것은 16%에 불과하다. 인간에 의한 산불원인 중 가장 흔한 것은 캠프파이어나 담뱃불 등 실화고 전기 등으로 인한 것은 10%에 불과하다. 수천억 달러를 들여 전깃줄을 모두 묻어 봐야 산불원인의 일부만을 제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간이 일으킨 산불원인으로는 엉뚱한 것도 있다. 가주 역사상 가장 넓은 지역을 태운 산불의 하나인 카 화재는 트레일러의 타이어가 터지면서 림이 바닥을 긁어 일어난 스파크가 원인이 됐다.
드물지만 방화도 산불의 원인 중 하나다. 2006년 레이몬드 오일러가 샌 하신토 지역에 지른 불로 5명의 소방대원이 목숨을 잃었다. 오일러는 살인죄로 사형에 처해졌다.
이런 다양한 위험을 모두 제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인구증가와 함께 산이나 숲속에 집을 짓는 일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가주의 여름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가을부터 내리는 강우 시기는 점점 더 늦어지고 있다.
산불 악화의 주범인 샌타애나나 디아블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에 때맞춰 내리던 비가 오지 않는 바람에 산불의 규모와 빈도는 커지고 소방대원의 방화작업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단기간에 산불위험을 줄일 비책은 보이지 않는다.
가주 정부가 장려하고 있는 태양열발전 패널을 설치하는 것은 전깃줄을 통한 전기공급을 줄인다는 점에서 약간이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하면 정전조치가 내려졌을 때도 일시적으로 전기 없는 생활을 피할 수 있다. 자가 발전기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유독한 일산화탄소를 발생시키거나 가격이 너무 비싸 일반인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앞으로도 산불위험이 늘면 늘었지 줄지 않을 것이 분명한 지금 보통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산이나 숲속에 살지 않는 것 말고는 별로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