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홈리스 대학생의 현실

2019-10-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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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학으로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흑인 여류작가 조라 닐 허스턴의 단편소설을 읽고 있었다. 세탁부 여성의 불행한 삶을 그린 소설의 제목은 ‘땀’이었다. 책을 읽는 그의 이마에서도 땀이 흘러 내렸다. 조지아의 늦여름, 차안은 무더웠다. 그러나 그에겐 다른 갈 곳이 없었다. 자동차는 ‘홈리스 대학생’인 그의 집이었다.

“난 학교 도서관에서 흐느껴 울면서 시를 썼다. 먹을 것을 살 돈이 없었던 나는 피자와 햄버거를 사려고 구내식당에 늘어선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바람결에 실려 온 막 튀긴 프렌치프라이의 그 고통스러웠던 냄새를 난 아직도 기억한다…아무도 내가 홈리스라는 걸 몰랐다. 난 남들 눈을 피해 학교 화장실에서 목욕을 했고 카페테리아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았다”

3년의 홈리스 생활을 견디며 대학을 졸업하고 저널리스트가 된 엘리자베스 몽고메리는 최근 USA투데이에 실린 “난 포기할 수 없었다”는 기고를 통해 홈리스 대학시절을 돌아보았다.


“요즘 거리를 지나는 대학생들을 볼 때면 저 중에도 나처럼 겉으론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론 살아남기 위해 혼자 싸우는 학생들이 있는 게 아닐까하고 생각한다”는 그는 “당신도 나처럼 홈리스인가요?”라고 물으며 경험에서 얻은 몇 가지 팁을 전해준다.

첫째는 친구다. “일본어 클래스에서 만난 5명 친구들이 내 삶엔 구세주였다. 우린 오후에 모여 함께 공부하고 함께 놀았다. 레스토랑과 가라오께에 가기도 했다. 난 차에서 산다고 말한 적이 없었지만 그들은 늘 내 몫을 지불했고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그들이 있어 난 오후 몇 시간 동안은 힘든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었다. 그 시간엔 나도 보통 대학생처럼 느껴졌다”

그는 자존심과 정보부족 때문에 한 번도 도움을 청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했다. 대학과 정부와 커뮤니티엔 홈리스 상태에서 구출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매튜 보도(21)는 북가주 풋힐 칼리지 재학 중 2년 간 홈리스였다. 테슬라에서 주차원으로 하루 14시간씩 일했으나 렌트비는 월수입의 3배에 달했다. 차에서 살았지만 자신이 홈리스라는 게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어느 날 담요와 책 등으로 가득 찬 그의 차를 본 한 친구가 홈리스냐고 물었다. 창피했지만 인정했고 그 친구가 소개해준 캠퍼스 지원프로그램은 그에게 생명선이 되었다. 한 교수의 집에 무료로 살면서 학생의회 부회장으로 홈리스 대학생 지원에 앞장 서온 그는 이번 가을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는 전액 장학금을 받아 UCLA에 편입했다.

8만6,000명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호프센터 서베이에 의하면 2년제 칼리지 재학생의 18%와 4년제 유니버시티 재학생의 14%가 홈리스였거나 현재 홈리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차에서 사는 경우는 전체 홈리스 대학생의 약 20%로 추산되는데 이들에게 당장 시급한 문제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오버나잇 주차장이다. 지난 봄 가주 하원에서 통과되었던 커뮤니티 칼리지 주차장 제공 법안은 상원 논의 중 무산되었다.

각 대학과 비영리단체들이 해결책 마련에 노력 중이지만 등록금 인상·생계비 상승·주거비 폭등으로 대학생들의 홈리스 위기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먹을 것과 잠잘 곳, 막막한 현재와 불확실한 미래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위해 몽고메리는 세번째 팁을 건넸다. “포기하지 말라. 진부하게 들려도 진리다. 내가 경험했다. 정말 힘들었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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