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범람하는 가짜 티켓

2019-10-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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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그룹 퀸의 열렬 팬인 조 모 씨는 지난여름 친구로부터 퀸의 LA콘서트 티켓 6장을 선물 받았다. 공연 당일 일찌감치 들뜬 마음으로 공연장인 잉글우드 포럼을 찾은 조 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입구에서 티켓을 제시하고 들어가려는데 검표원이 “이미 스캔된 티켓”이라며 막아선 것이다. 누군가 벌써 그 티켓으로 입장했다는 얘기였다. 문제가 된 티켓은 두 장. “무슨 소리냐”며 항의했지만 검표원은 조 씨를 돌려 세웠다.

할 수 없이 시큐리티 책임자를 찾아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상황을 수습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것은 집에서 프린트 할 수 있도록 돼 있는 ‘printable at home’ 티켓이었다. 4×6 용지 크기로 표를 구입한 사람의 이름이 들어있었다. 친구에게 급히 연락해 ID와 크레딧카드 사진을 받은 후 시큐리티 책임자에게 보여줬다.

티켓을 건네받은 관계자는 잠시 기다리라며 공연장으로 들어간 후 20여분 후 나왔다. 그는 한 노인커플이 누군가에게 속아서 티켓을 구입한 것 같다며 “그들을 공연장 밖으로 내보냈으니 이제 들어가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수도 없이 일어난다”고 했다.


노인커플이 190 달러짜리 티켓 두 장을 700달러에 구입했다며 화를 내고 떠났다는 얘기에 조 씨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노인들이 가짜 티켓 사기에 걸려든 것이다.

이런 유형의 티켓 사기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티켓 판매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면서 사기가 끼어들 소지가 한층 커지고 있다. 인기 공연이나 스포츠 이벤트에는 여지없이 가짜 티켓 사기꾼들이 끼어든다. 매년 사기꾼들을 통해 팔리는 가짜 공연 티켓이 500만장을 훨씬 넘는다는 게 이벤트 관계자들의 추산이다.

조 씨는 친구에게 공연장에서 겪은 일을 들려줬다. 그랬더니 친구는 “최근 컴퓨터에 이상한 움직임이 있는 것 같아 크레딧카드 번호를 바꿨다”며 자신의 컴퓨터를 해킹한 누군가가 티켓을 프린트해 판 것 같다고 추측했다.

지난 달 세 번째 주말 LA 코리아타운 윌셔와 웨스턴에 소재한 월턴극장 앞에서 벌어진 대혼란도 가짜 티켓 때문에 빚어진 것이었다. 한 인기 록밴드의 공연을 보기위해 수백 명이 비싼 돈 주고 구입한 티켓이 가짜로 판명되면서 티켓 구입자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피해자들은 티켓마스터에서만 티켓을 판매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사기꾼들이 스텁헙 등을 통해 판매한 가짜 티켓을 산 사람들이었다. 이렇듯 공신력 있는 판매 브로커를 통해 구입한 티켓들 가운데도 가짜가 끼어있을 정도로 가짜 티켓 사기는 날로 대담해지고 있다.

가짜 티켓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공연장 혹은 경기장을 통해 직접 구입하거나 공신력 있는 브로커를 이용하는 게 좋다. 하지만 윌턴극장 소동이 보여주듯 공신력 있는 사이트라고 해서 100% 사기를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티켓 구입 전 두루두루 잘 살펴봐야 하는 것은 물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번호를 미리 확보해 놓는 게 좋다.

개인으로부터 표를 살 경우 상대의 신원과 연락처를 확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인커플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갈수록 진짜와 가짜가 마구 뒤섞이고 있는 세상에 가짜 티켓 걱정까지 더해지니 이래저래 짜증지수가 더 올라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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