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상] 입은 하나, 귀가 둘인 이유

2019-10-02 (수) 12:00:00 유명현/동시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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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지인을 만나는 자리에서 말 욕심이 많은 것 같은 어느 분과 처음 만나게 됐다. 계속 듣다가 한계에 다달았다. 한참 높은 연배이고 처음 뵌 분이라 예의상 듣고는 있었지만 점점 듣는 사람들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문제는 이야기 주제의 대부분이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이 아니라 몇 다리 건너 전해 들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가는 것이었다.

거북한 기색을 하기가 어려워 끝까지 듣느라 곤욕을 치렀다.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는 말은 나 자신도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작정을 하고 듣다가도 어느새 상대보다 말을 더 많이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유대인의 탈무드에 의하면 인간이 입이 하나, 귀가 둘이 있는 이유는 말하기 보다 듣기를 두 배 더 하라는 뜻이다.

말을 많이 하면서 아는 체 하는 사람은 오히려 대화를 통해 비호감으로 낙인 찍힐 위험이 크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말을 중간에 가로막거나 과격한 언쟁으로 몰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성급하게 자신의 관점을 토로하면서 상대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평소에 나의 말에 귀기울여 주었던 사람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얼마 전에 처음 만났던 그 분때문에 평소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주위 분들을 새삼 돌아보게 되었다.

<유명현/동시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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