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전자증권 이야기

2019-09-20 (금)
크게 작게
전자증권 이야기
증권(securities)은 유가증권(有價證券)을 줄인 말로 대부분 주식(柱式)과 채권(債券)이다.

채권은 국·공채(國·公債)와 사채(社債)가 있다. 기업은 증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한다.

증권시장에서 국민들이 믿고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뽑힌 기업을 상장(上場)법인이라 한다.


증권시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증권을 매매하므로 주주(주식의 소유주)나 채권주가 빈번히 바뀌게 되어 실물 증권을 교환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증권의 예탁과 거래자금의 결제를 도와주는 ‘한국예탁결제원’이 따로 있다.

주식은 한 장의 액면가액이 500원인 경우가 많아 500만원이면 1만장이 된다.

자본금 1억으로 회사를 설립하려면 주식 20만장을 발행해야 하는 것이다.

수시로 주식이 거래되는데 주주의 명부를 어떻게 관리하겠는가?

실물증권을 발행하지 않고 전자등록의 방법으로 증권의 발행·유통·권리행사 등 모든 증권 사무를 처리하는 방식을 전자증권제도라 한다.

1983년에 덴마크에서 먼저 시작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독일, 오스트리아, 한국을 제외한 33개국이 이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9월 16일부터 전자증권제도를 시행한다.


정보기술에 앞선 나라에서 뜸 들이는데 너무 시간이 흘렀다.

증권 시장을 스탁 마켓(stock market)이라고 한다. (가축시장은 아니다.)

증권은 자산이고 그래서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에 있으며 일정 시점의 기업 재무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니 정태적, 저량((貯量; stock)이라고 본 것이다.

기업에 대한 일정기간의 손익을 나타내는 손익계산서의 내용은 동태적, 유량(流量; flow)인 것이다. 새로 저량과 유량의 관계를 보는 재무상태변동표가 중요한 재무제표로 떠올랐다.

지폐를 보면 한국은행권이라고 적혀 있다.

권(卷)은 책이나 종이 등을 세는 단위이다.

증권(證卷)은 증빙이 되는 종이, 증서인 것이다. 주화를 보면 권(卷)이라는 글자가 없다.

종이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이도 금속도 아닌 디지털 코인은 이미 존재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하나인 비트 코인도 전자화폐(디지털 화폐)이다.

증권이 이제 종이가 아닌 전자적으로만 존재하게 되니 증권이라 불러도 될는지 모르겠다.

신용카드의 사용으로 번거로운 잔돈 문제가 해결됐다.

1원짜리, 10원짜리, 50원짜리 주화는 그 쓰임이 사실상 사라졌다.

주조 비용이 액면가보다 더 든다.

주머니 속에서 덜렁거리다 잃어버리기도 하는 동전을 모으던 돼지 저금통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버스나 지하철, 커피 한잔도 현금 내는 사람이 드물다.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 전자금융공동망을 이용한 결제가 증가하고 있고 어음이나 수표의 사용이 줄어들고 있다.

왜 그럴까?

불편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거래에서는 거래 당사자가 직접 대금 수수를 하지 않아야 안전하다.

제 3자가 구매자의 돈을 받아 보관하고 있다가 판매자가 보낸 상품이 제대로 전달되어 구매자가 구매의사를 밝힐 때 대금을 전해주는 방식이다.

이를 에스크로(escrow) 서비스라고 한다.

현금을 사용할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다.

증권투자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보유한 기업이 성장하거나 많은 수익을 내면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서 증권의 가격이 오르고 따라서 배당금이나 양도차익(capital gain)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에서 파생한 금융상품도 모체는 결국 주식과 채권인데 변수는 금리와 환율이다.

확정이자를 주는 채권은 발행일의 금리가 중요한데 전자증권이라야 당일의 금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다.

전자증권제도로 실물 채권이 사라지면서 콜옵션이나 풋옵션의 행사도 자유롭게 된다. 결국에 투자자에게 편리함을 주되 불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딤채라는 김치 냉장고가 나와, 늦가을 김장해서 땅을 파고 김칫독을 묻던 일이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얼리지 않고 저온에 보관하니 1년을 두어도 시지 않고 그대로다.

이런 딤채에 김치만 담는 것이 아니란다.

5만 원짜리나 슈퍼노트(100불)를 차곡차곡 쌓아두면 그만이란다.

그런데 전자증권을 넘어 전자화폐가 쓰인다면 그럴 일도 없어질 것이다.

어디에 저장하냐고?

블록체인이 답이다.

돈이 상평통보처럼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옛날 옛적에 사람들이 신사임당의 얼굴이 그려진 종이를 들고 가면 물건을 주었단다.

그 이전엔 조개껍데기를 가져가도 준 적도 있었지.......

경영학박사
저자, 번역가, 칼럼니스트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2판, 공저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이사장(현)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