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학을 앞두고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 3명과 점심을 함께 하였다. 30대 40대의 엄마 세 명과 이제 1학년, 3학년이 되는 아이들 3명, 그리고 나까지 7명이 일행이었다.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세 엄마들은 긴 여름방학을 아이들과 어떻게 보냈는지 각자의 경험담으로 얘기꽃을 피웠다.
얼마 후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첫 번째 나온 음식이 먹음직스럽게 생긴 새우튀김 한 접시와 갓 구워낸 빵 한 바구니였다. 다음 순간 P여사의 6살짜리 아들이 재빨리 자기 접시에 튀긴 새우를 담기 시작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시작도 하기 전이었다. 한개, 두개, 세개… 계속해서 수북하게 쌓으니 막상 가운데 놓인 접시에는 몇 개 남지가 않았다.
오랜 교사생활로 아이들에게 잔소리하는 것이 제2의 천성이 된 나는 반사적으로 “얘야, 맛있는 음식이 계속 나오니까, 다른 사람들도 먹게, 조금씩 담아라” 라고 주의를 줄 뻔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제 그럴 의무도, 권리도 없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이어서 음식들이 계속 나오고 어른 아이 모두 만족하게 식사를 끝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데, 식탁 위의 광경 하나에 시선이 갔다. 바로 P여사 아들의 접시에 수북하게 남겨진 새우튀김이었다. 부지런히 새우를 담고는 겨우 한두개 먹은 듯했다.
어린아이의 행동은 우습게보면 우습고, 귀엽게 보면 귀여울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식탁 습관 중 귀엽게 볼 수 없는 행동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식사가 끝난 후 접시 위에 먹다 남은 음식을 흩으러 놓는 것이다. 물론 음식을 먹다가 남길 수도 있고, 식사를 끝낸 접시가 깨끗할 수도 없다. 그러나 조금만 조심하면 먹고 남은 음식이 접시 위에 지저분하게 널려있어서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것은 피할 수 있다.
식탁 예의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다. 성인인 나 역시 처음 미국에 와서 실수를 했다. 교사자격증을 따기 위해 대학에서 강의 몇 개를 택하고 있던 어느 날 학교 구내식당에서 교수 한분과 그의 조교와 한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교수가 한국의 영어교육에 대해서 질문을 하였다. 영어교사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나는 경험담 몇 개를 얘기하려고 하는데, 그 순간 입안에 음식이 가득 들어있었다. 갑자기 음식을 삼킬 수도 없고 교수님의 질문에 대답을 안 할 수도 없어서, 음식을 입에 담은 채 말을 시작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조교가 웃으면서 “음식 먼저 삼키고 천천히 대답해요” 라고 충고를 하는 것이었다. 너무 무안했던 나머지 교수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미국은 세계 각처에서 온 문화와 풍습이 다른 이민자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곳이다. 자연히 식탁 풍습도 다양하다.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는 것, 포크를 쓰는 것, 젓가락을 쓰는 것 모두 다른 문화의 소산이다. 어느 방법이 옳다거나 틀렸다고 말할 수 없고, 이것은 문화인의 습관이고 저것은 야만인의 습관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미국 땅에 와서 살게 되었으면 이곳 풍습과 예의를 따르고, 아이들에게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라면서 저절로 배울 것이라고 무심하게 내버려 두기보다 아이들이 올바른 식탁예의를 배워서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달리 방법이 없다. 잔소리를 계속하는 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다.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한국 속담도 있다. 이질 문화권에서 적응하며 살고 있는 많은 이민자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는 격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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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