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인사회에 관심 필요하다

2019-09-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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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랜드의 한 노인아파트에서 70대 한인 할머니가 80대의 한인 할머니를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1965년 개정이민법 시행 이후 지금의 한인사회가 형성된 지 50년, 그 동안 미주 한인사회에는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할머니가 할머니를 벽돌로 쳐서 살해했다는 점에서 그 유례를 찾기 어렵고, 그런 만큼 충격적이다. 노인사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커뮤니티가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사건이 발생한 에머슨 노인아파트는 워싱턴 D.C. 인근 한인 커뮤니티에는 잘 알려진 곳이다. 한인들이 30여명 살고 있고, 지역 한인회가 매년 2차례씩 방문해 경로잔치를 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금전문제였다. 70대 가해자는 80대 피해자에게 3만달러 정도를 빌렸고, 채무변제 문제로 두 할머니 사이에 마찰이 잦았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한 8일 아침 두 할머니는 다시 언쟁을 벌였고 감정이 격해진 가해자가 벽돌로 수차례 내리치면서 피해자는 현장에서 절명했다. 3만 달러가 노인들에게 큰돈이기는 하지만 목숨을 잃고 빼앗을 가치일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노인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첫째는 노년의 정신건강 문제이다. 노년이 되면 평소 관대하던 사람은 더욱 관대해지는 반면, 괴팍하고 편협했던 사람은 그런 성향이 더욱 심해지곤 한다. 뇌의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치매 등 뇌질환으로 이상 성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유 없는 분노 등 격한 감정의 배경이다.

둘째는 단절이다. 노인아파트에 살면 이웃과의 교류로 연대감을 얻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게다가 친지들이 계속 떠나가니 상실감으로 우울증이 깊어지기도 한다. 성인 자녀들과도 소원할 경우 노인들의 단절감은 깊다.

셋째는 현금 문제이다. 저소득층 노인아파트에 사는 노인들은 웰페어, 메디케이드 등 수혜자격 유지를 위해 돈을 은행에 저축하지 못한다. 거액의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기곤 한다.

노인들이 혼자라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화로 풀어낼 기회가 필요하다. 가족들의 관심은 물론 커뮤니티 차원에서도 노인들에게 대화의 장을 마련해주었으면 한다. 자원봉사자들이 방문해 노인들의 말동무가 되어 주는 것이다. 이국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노부모 세대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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