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불법 ‘킥백, 소개비’ 등 경쟁적으로 홍보
주택 융자 업계에서 과거 불법으로 규정된 소개비 관행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음. [AP]
주택 융자 업계에서 2008년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 엄격히 금지된 일부 마케팅 행위가 최근 다시 성행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규제 대상에 해당되는 행위는 모기지 대출 기관과 타이틀 보험 업체가 고객 유치를 위해 부동산 중개인이나 주택 분양업체에게 ‘킥백’(Kickback), 소개비를 지급하거나 사무실 일부 공간을 임대하는 행위 등이다. 킥백은 과거 모기지 대출 기관이 대출 고객을 알선한 부동산 중개인에게 일종의 사례비를 지급하는 행위다.
이 같은 행위들은 오바마 행정부 당시 ‘소비자 금융 보호국’(CFPB)의 리처드 코드레이 국장 지휘 아래 엄격히 규제됐다. 코드레이 국장 재임 시절 킥백과 소개비 지급 관행을 실시했던 JP모건 체이스, 웰스 파코 등 대형 은행 등을 상대로 20여 건의 제재 조치가 내려진 바 있다. 당시 대출 기관들이 버젓이 일삼던 소개비 등의 관행은 주택 구입 비용을 부풀려 소비자에게 피해를 전가시킨다는 이유로 연방법에 저촉되는 행위로 간주됐다.
최근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실시한 20여 명의 변호사와 모기지 대출 기관 책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CFPB의 감독이 느슨해진 틈을 타 대출 업계가 소개비 관행을 다시 대담하게 재개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코드레이 CFPB 전임 국장 재임 시절에는 1974년 재정된 ‘부동산 공정 거래법’(RESPA)에 따라 주택 구입과 관련된 모기지 대출, 타이틀 보험, 주택 감정 등의 서비스를 소개하고 대가를 지급받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돼 철저히 금지됐다.
최근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한 코드레이 전임 국장은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대출 기관의 행위에 대한 내 견해는 변함없다”라며 “대부분의 행위가 불법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 측은 코드레이 전임 국장이 법 집행이 다소 지나쳤던 부분이 있고 법원 판결도 코드레이 국장의 법 해석을 지지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CFPB 믹 멀베이니 후임 국장도 공격적인 법 집행 관행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믹 멀베이니 국장은 취임 이후 모기지 대출 기관 PHH 콥과 법률 회사 보더스 앤 보더스를 상대로 진행되던 소송을 취하하고 RESPA 위법 행위 관련,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질로우를 대상으로 약 3년간 진행 중이던 조사도 종료했다.
로이터 통신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CFPB의 제재 조치는 약 절반 정도로 감소했고 이에 대해 전 CFPB 개리스 혼 변호사는 “CFPB의 제재 변화 움지임이 모기지 대출 업계에게 RESPA 관련 규제 조치가 완화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CFPB의 국민 청원 사이트와 대출 업계 소셜 미디어에서는 경쟁 업체들이 감독이 느슨해진 분위기를 악용하고 있다는 불만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모기지 대출 업계 관계자들은 소개비 관행이 다시 성행하면 예전처럼 피해는 결국 주택 구입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 단체들에 따르면 소개받은 모기지 대출 기관으로부터 융자 사전 승인을 보장받은 주택 구입자들은 이자율 쇼핑 기회를 놓쳐 높은 모기지 대출 비용을 지출하는 피해를 입게 된다.
비영리 단체 ‘금융 개혁을 위한 미국인’(Americans for Financial Reform)의 린다 쥔 관계자는 “소개받은 대출 기관 한곳을 통해 대출 신청을 하겠다고 약속한 주택 구입자들은 이자율 쇼핑 기회를 ‘강도’ 당하는 것과 다름없다”라며 “결국 자신도 모르는 사이 높은 수수료 비용 지불 계약서 서명하게 된다”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CFPB가 2015년부터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주택 구입자 절반이 이자율 쇼핑에 소홀해 수천 달러에 달하는 추가 이자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약 3분의 1이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모기지 대출 관련 정보를 제공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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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