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문배달 목사님

2019-08-31 (토) 12:00:00 김귀열 / 토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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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올초부터인가 한국일보 배달에 달라진 점이 눈에 띄었다. 보통은 차고 쪽으로 휙 던져놓고 간 신문을 주워오는데, 어느 날부터 현관 앞쪽 길에 놓인 다목적 연장통의 나무판 위에 아주 단정하고 반듯하게 신문이 앉아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매일 그런건 아니고 하루는 전처럼 던져놓고, 다음날은 예쁘게 놓여 있곤 했다. 누군가 격일로 배달을 맡은 분이 이 조용한 단지 안에 차를 세우고 현관 앞까지 20발자국 걸어와서 이렇게 감동적인 일을 하는 모양이었다.

누굴까? 어느 젊은이가 이렇게 성실할까? 한인 아니면 히스패닉? 그래서 날마다 기록을 해봤다. 그리고 그 사람이 배달하는 날짜를 근거로 한국일보에 알아보니 보급소의 일이라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갈수록 궁금하던 차에 어느 날 밤 수신인 이름을 적지 않은 수표 한 장을 쓰고 영어로 “감사의 뜻으로 드리는 것이니 맛있는 식사 한번 하세요.”라고 써서 신문 놓는 자리에 놓아두었다. 그러나 다음날 보니 신문은 놓여있는데 봉투는 그냥 있는 것이었다. 다시 큰 마커 펜으로 “Please take this envelope.”라고 써놓았다. 그래도 며칠 그 자리에 앉아있더니 얼마 후 봉투가 사라졌다.


그러고도 궁금증이 계속 남아있었다. 그러다 떠오른 생각이 ‘잠복근무’였다. 신문이 배달되는 시간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늘 밤 9시 이후였기에 9시부터 차고 앞에 세워놓은 차 속에서 불을 끄고 앉아있었다. 왜 그렇게 시간은 더디 가는지…

드디어 9시50분에 차 소리가 나더니 신문을 휙 집어던지고 가버렸다. “에이, 오늘은 허탕이구나. 내일 다시 시도해야지.” 다음날 9시30분 쯤 드디어 차가 들어오더니 우리 옆집 쪽에 차를 세우고 신문을 들고 현관 앞까지 와서 놓고 돌아서는 모습이 보였다.

바로 그때 차속에서 튀어나와 “잠깐만요!”하고 그 사람을 세웠다. 그동안 어느 젊은이가 이리도 반듯하게 일을 하나 늘 그렇게 머릿속에 그려보았는데 어머나 천만에, 연세가 들어 보이는 중년남성이었다. 너무 반갑고, 감사하고 ….

거기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낮에는 무얼 하시냐고 했더니 집 근처 마트 옆 식당음식 배달을 하고, 화요일엔 교회 아이들을 가르치고, 하루는 독거노인들을 방문해서 외로움을 씻어드리고, 주일에 또 예배 후 어린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제가 00교회 출석하는 목사입니다.”

어머나 놀래라. 자녀들이 24세와 27세라니 대충 연세가 계산이 되는데, 주중에도 주말에도 좋은 일 많이 하시고, 한밤중에 또 신문 배달하는 목사님이라니, 무척이나 감동스러웠던 만남이었다.

<김귀열 / 토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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