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만나지도 않고 지낸다. 대화는 거의 끊어진 상태다. 가족의 대소사로 어쩌다 만나 식탁에서 마주하게 되면 그동안 형성된 묵계를 서로 지킨다. 정치 이야기는 일체 안 하는 거다.”
보수 우파의 부모, 진보 좌파의 자녀. 정치적 입장이 극명히 나뉜다. 정치이야기를 하다보면 말싸움으로 이어져 결국 부모와 자식 간의 심각한 갈등으로까지 번진다. ‘촛불’ 이후 한국에서 자주 목격되는 현상이다.
때문에 동창모임, 동호인모임, 심지어 교회 교인들 모임에서도 정치 이야기는 피하는 것이 한국의 신풍속도라고 한다.
수많은 이민그룹이 모여 형성된 나라가 미국이다. 이중 우파성향이 가장 강한 그룹은 어느 이민 집단일까. 플로리다의 쿠바계 커뮤니티가 아닐까.
거의 대다수가 카스트로의 공산독재를 피해 자유의 나라, 미국을 선택했다. 때문에 공산당이라면 치를 떤다. 진보니 좌파니 하는 용어에도 알레르기성 반응을 보인다.
이런 쿠바계 커뮤니티에 신풍속도가 형성되어가고 있다는 ABC 방송의 보도다. ‘촛불’ 이후 한국의 기상도와 흡사하다고 할까, 그런 식의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족이, 친척이, 이웃이 함께 식탁에 둘러앉는다. 그런 자리에서 진보좌파 정치노선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다. 그러면 바로 외톨이가 되고 만다. 플로리다의 쿠바계, 더 좁히면 80년대 보트피플로 미국에 건너온 사람들로 이루어진 마이애미 일원의 쿠바계 커뮤니티의 분위기였다. 그래서였나. ‘미국 판 북풍’이라고 할까 하는 선거전술도 꽤 잘 통하던 곳이 플로리다의 정치판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아니라는 것.
그 변화는 가정의 식탁에서 먼저 일고 있다. 부모세대의 격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자녀세대는 거리낌 없이 진보좌파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식으로 기상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 정도는 예사다. 진보 좌파노선의 쿠바계 젊은 세대 행동주의자들의 공세로 플로리다의 공화당은 수세마저 보이고 있다는 보도다. 어디서 비롯된 현상인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그러니까 2020년에는 전체 미국 유권자의 37%를 차지하게 될 이 젊은 세대의 좌경화 경향에서 찾아진다는 것이 ABC 방송의 진단이다.
퓨 리서치 센터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과반수의 미국인은 사회주의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정형태의 사회주의에는 ‘그런대로…’란 반응을 보인 사람은 43%.
젊은 세대로 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8~34세 연령그룹 중 58%는 사회주의에 호의적이라는 것. 이는 55세 이상 연령층 중 36%만이 호의적 반응을 보인 것과 대조된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로 통칭되는 그들은 전반적으로 물질적으로 풍족한 시대에 태어났다. 그러나 의식형성기에 테러, 금융위기, 기후변화 등 불안감 속에서 ‘큰 정부(Big Government)’를 선호하게 됐다.
그런데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정책은 젊은 세대의 좌경화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트피플 출신 자녀인 쿠바계 젊은 세대의 경우는 특히.
좌파성향의 젊은 세대 유권자들. 이들은 미국정치사의 일대 변곡점을 가져올 것인가. 이게 오는 2020년 중간선거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