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C씨가 얼마 전 동료들과 LA 한인타운의 한 식당에 갔을 때였다. 일행 4명이 메뉴판에서 각자 원하는 것을 골라 주문을 했다. 각기 다른 음식이었다. 그런데 종업원은 주문을 입으로 확인할 뿐 받아 적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론 주문서도 손에 들려 있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손님들 주문을 정확히 기억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스런 마음에 C씨가 물었더니 염려 놓으시란 대답이 돌아온다. 주문한 음식에 대해 “아주 좋은 선택”이라며 엄지까지 치켜 올린다.
시간이 흐르고 하나 둘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른 서빙 직원이 엉뚱한 음식을 들고 와서 ‘시키신 것 아니냐?’고 묻는다.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지만 테이블을 잘못 찾은 것이겠지 여겼다.
그런데 동료들이 주문한 음식을 거의 다 먹었을 때까지도 C씨의 음식은 감감무소식이다. 주문을 받았던 남자 종업원을 불러 물으니 아차 하는 표정을 짓는다. 깜빡 잊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곧바로 주문을 넣겠다고 했다. 별로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설마 했던 불길한 생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화가 났지만 사람들이 많은 자리라 꾹 참았다. 결국 동료들이 식사를 다 마치고 난 후에야 나온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일어섰다. 별로 오고 싶지 않은 식당이란 생각이 든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역시 일행과 함께 이 식당을 찾았던 그의 동료가 똑같은 일을 당했다. 이번에는 여자 종업원이 엉뚱한 주문을 주방에 넣은 것이다. 이번에도 받아 적을 생각을 않고 기억에 의존해 주문을 받은 게 화근이었다.
이 정도면 식당서비스의 기본자세가 완전 실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실수는 ‘화이트리스트’(가고 싶은 식당)에서 제외되는 정도로 끝날 수 있을지 몰라도 반복해 실수를 저지른다면 그때는 ‘블랙리스트’(결코 가서는 안 될 식당)에 오를 수밖에 없다.
요즘 한인식당들에서는 종업원들이 손님들 주문을 받아 적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특히 젊은 종업원들이 그렇다. 손님들이 밀리는 시간이라 바빠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젊은 뇌’에 대한 자신감에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여러 주문을 머리에만 담아 가는 종업원들을 볼 때마다 손님들은 불안하다.
식당에서 종업원이 주문을 받을 때 주문서에 정확히 받아쓰는 것은 기본이다. 사람의 기억이란 작위적이다. 절대 실수가 없을 것이라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게 기억이다. 또한 손님들의 주문을 받아 적는 종업원들 모습은 그 자체로도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러니 적지 않고 입으로만 확인해 주문을 받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 어떤 고객이 어느 메뉴를 주문했는지까지 꼼꼼히 표시해 서빙을 하는 것이 기본 매너이다.
고객들은 좋지 않았던 경험이나 불만은 보통 22명에게 털어놓고 좋은 경험은 5명에게 말한다는 통계가 있다. 또 업소에 대해 불만이 있어도 이를 업소에 대놓고 항의하는 사람은 4%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
식당은 음식과 함께 서비스를 파는 곳이다. 식당들 간에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요즘 손님 늘리는 것 못지않게 기본이 실종된 서비스 때문에 발길을 끊는 손님들이 없는지 살피는 일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업주들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