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의 ‘최대인파’ 집착

2019-08-2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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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초 거대 석유기업 로열 더치 셸의 펜실베이니아 석유화학공장 직원들과 하청업체 근로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13일 연설행사 참석 지침이 하달되었다. “강제는 아니다”라고 전제했지만 “오전 7시에 나와 신분증 검사를 거친 후 몇 시간 동안 그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만 그날의 임금이 지불된다”는 내용으로 결국 참석과 임금포기 중 선택하라는 통보였다.

‘반강제 청중동원’ 보도가 확대되자 셸 대변인은 불참직원은 유급휴가로 간주된다고 부랴부랴 해명했다. 그러나 “시간 당 임금 근로자들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주 56시간 근무에 16시간 오버타임 계약인 이곳 근로자들이 행사에 불참할 경우 그 주엔 오버타임 근무에 해당되지 않아 그만큼 임금에서 또 손해를 보게 된다…” 언론들은 다투어 지적했다.

청중규모에 유난히 집착하는 대통령에게 잘 보이고 싶은 석유기업의 충성 과시가 빚은 구설수였을 것이다.


이틀 뒤 뉴햄프셔 선거유세를 통해서도 트럼프의 청중숫자 집착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트럼프의 유세장 ‘초만원’ 자랑 트윗에 일부 진보언론이 군데군데 빈 좌석들을 비추며 유세뉴스를 보도하자 트럼프는 “가짜뉴스! 꽉 찬 이 놀라운 인파를 보라!…이 경기장 사상 최대 청중!”이라며 엘튼 존 공연이 세웠던 그 유세 장소의 최대인파 기록을 자신이 깼다고 자랑했다.

유세가 끝난 15일 밤부터 16일 밤까지 24시간 동안 대통령은 청중규모 트윗을 8번이나 날렸다고 전한 온라인 매체 복스가 그의 청중숫자 집착과 그 원인을 흥미롭게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의 ‘최대인파’에 대한 집착은 취임 첫날부터 시작되었다.

2017년 트럼프 취임식 동영상이 보여주는 내셔널 몰에 모인 사람들은 ‘구름인파’가 전혀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취임식 인파의 약 3분의1로 추산했다. 그러나 당시 백악관은 ‘취임식 사상 최대인파’라고 주장했고 허위주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백악관 고문 켈리앤 콘웨이는 ‘대안적 사실’이라는 이해불가 신조어까지 동원해 이 주장을 옹호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지난해 9월 미주리 주 스프링필드 집회 때 트럼프는 4만5,000명이 행사장 밖에서 지켜보았다고 주장했으나 시 공보관은 1,000명이라고 밝혔으며, 10월 휴스턴 집회에서도 행사장 밖에 5만명이 운집했다는 트럼프 주장과는 달리 휴스턴 경찰국장은 3,000명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청중숫자 집착은 유세 집회에서만이 아니었다. 태풍 재난지역을 방문해서도 “이렇게 많은 청중이 모였다!”고 외쳤으며, 최근 엘파소 총기난사 부상자가 입원한 병원에 들러서도 몇 달 전 자신의 엘파소 집회엔 엄청난 청중이 모였었다고 자랑하며 민주당 대선주자 베토 오루어크 엘파소 집회엔 400명밖에 없었다고 깎아 내렸다.

대통령이, 도대체 왜 그럴까. 트럼프 특유의 ‘치졸한 자기과시’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정치적 생존방식이라는 분석도 있다. 약한 지지율과 그 관련보도에 대응하여 엄청난 청중이라는 가시적 방법으로 ‘열광적 지지’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트럼프가 최대인파로 과시하기 원하는 지지표밭의 ‘열광’은 중요하다고 복스는 강조한다. 바로 그 ‘열광’이 2018년 민주당의 하원 승리를 가져왔고, 바로 그 ‘열광’이 2020년 트럼프의 재선여부를 결정할 주요 요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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