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극화 시대의 정치대화

2019-08-19 (월) 01:19:45 박옥춘 조지메이슨 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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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각과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합의점을 찾고 합의된 것들은 다시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개선 발전되어 나간다는 이론이 정·반·합의 과정이다.

민주국가에서 정 반 합의 과정은 필수적인 조건이다. 여러 정치 사회집단에 의해서 수렴된 다양한 주민들의 의견과 필요를 최선의 방법으로 정책이나 사회운동에 반영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 그리고 민주 공화 정치세력의 대결은 미국역사와 함께 존재해왔다.


특히 1930년대 경제공황 극복을 위해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해서 실시된 막대한 공공 고용 프로젝트와 사회복지 지원의 진보 뉴딜정책은 진보와 보수의 뚜렷한 대결의 시대를 열게 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 동안 경험한 것처럼 정반합의 과정이 미국 정치와 사회 대화의 광장에서 크게 부서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정반합 대신에 정과 반의 싸움만 존재하는 것 같다. 대화를 통한 합의 대신 권력이나 다수의 힘에 의한 결정만이 이루어지는 정반정이나 정반반의 과정만이 되풀이되고 있는 느낌이다.

한심스럽게도 언론이 정치계의 이런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대표적 시사 TV 방송국인 CNN, MS NBC, Fox News등의 시사 프로그램을 시청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시청자들을 위한 객관적이고 건설적인 내용 대신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위한 선전이나 헐뜯고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방송뿐이 아니다. 신문을 보아도 객관적인 분석과 건설적인 논리로 건전하게 독자들을 교육하고 설득시키려는 논설은 찾아보기 어렵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정치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우리 한인들의 평범한 대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책에 대한 지지나 부정적인 언급이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방의 기분을 자극하면 마침내 두 사람의 관계까지 서먹해지게 만든다.

사회 심리학에 인지부조화 이론이 있다. 사람이나 사물에 관해서 두개의 상충되는 인식을 갖게 되면 정신적인 불편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즉 가까이 지내는 사람의 정치관이나 이념이 나와 다르면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자연히 사람들은 마음의 불편을 감소하려고 노력하면서 많은 경우 상충되는 인식 중 하나를 포기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관이나 이념 대신 중요한 인간관계를 포기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진보 법조계의 리더인 긴스버그 대법관과 수년전 타계한 보수 법조계의 대표 스칼리아 대법관은 수많은 대법원 케이스에서 서로 반대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 중에 서로 다른 이론과 논리로 수없이 많은 충돌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사생활에서 이 두 대법관의 깊은 우정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정과 사적인 인간관계를 이념이나 법이론, 그리고 판결과 논쟁으로부터 철저히 독립시킨 것이다.

우리 모두 두 사람의 인지부조화 예방법을 배울 수 있길 바란다. 일반 대화에서 정치나 이념 같은 민감한 이슈를 피하는 것도 인지부조화 예방책이 될 것이다.

<박옥춘 조지메이슨 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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