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14일, 초등학생 20명이 교실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떼죽음 당한 샌디훅 총기참사로 충격에 빠졌던 미국은 한 목소리로 “네버 어게인”을 천명했었다. 그러나 그후 7년도 채 안 된 8월5일 현재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무려 2,193건에 달한다. 2,477명이 사망하고 최소 9,168명이 부상당하는 동안 미 50개 거의 모든 주가 총구를 피하지 못했다. 온라인 매체 복스가 4명 이상 총에 맞은 경우를 총기난사로 규정해 집계한 숫자다.
지난 주말, 불과 13시간 간격으로 텍사스 엘파소의 월마트와 오하이오 데이턴의 번화가에서, 그보다 한 주 앞선 주말엔 북가주 길로이 마늘축제에서 공격용 살상무기들이 난사되었고, 또 그렇게 30여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부상당했다.
총기난사범의 전형은 “자신들이 소외감 느끼는 사회에 대해 분노하는 외톨이 성향의 젊은 남성”이라고 월스트릿 저널은 ‘우리 중의 킬러들’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지적한다.
전국법무연구소는 지난 2년간 총기난사범들의 전력을 연구해 왔다. 1966년부터의 난사범들에 대한 데이터를 구축하고, 1999년 이후 학교·직장·교회 등에서 발생한 모든 난사사건 관련해 구금 중인 난사범·그 가족·사건의 생존자들·현장 출동 경관 등을 인터뷰했으며 언론 보도와 소셜미디어의 성명서, 자살노트, 재판 및 의료기록 등도 읽었다.
“데이터에 근거한 새로운 예방책 찾기”가 목표라고 전제한 연구팀의 범죄학 교수 질리언 피터슨과 사회학 교수 제임스 덴슬리는 LA타임스 기고를 통해 자신들이 분석한 난사범들의 공통점을 다음의 4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대다수의 난사범들은 유년시절 폭력에 노출된 트라우마를 경험했다. 부모의 자살, 신체적·성적 학대, 방치, 가정폭력, 잔인한 불링 등에 의한 트라우마로 정신질환의 전조였다.
둘째, 실제로 모든 난사범은 범행 얼마 전 위기폭발의 징조를 보인다. 심하게 화를 내거나 낙담하는 등 가시적 변화다. 범행 전 자신의 계획을 흘리는 것인데 적지 않은 주변사람들이 “사전에 예감했지만” 과잉반응 우려나 신고절차 미숙 등으로 그냥 지나친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이전 난사범들의 행동을 연구해 모델로 삼고 자기범행 동기의 정당화를 인정받으려 한다.
넷째, 자신의 삶은 더 이상 살 가치가 없고, 타인 살해가 이런 상황에 대한 보복이라고 일단 결정하면 남은 것은 실행을 위한 수단과 기회다. 이들의 수단인 총기를 구입하기 어렵게 하고 난사 가능 현장의 치안을 강화하는 한편, 이들에게 악용되고 있는 소셜미디어의 폭력 콘텐츠 소비·생산·전달을 자제해야 한다고 두 교수는 강조한다.
난사 참극은 이 같은 공통적 정신질환과 미국의 총기사랑이 합해진 최악의 결과일 것이다.
엘파소와 길로이 사건의 동기가 증오범죄로 거론되면서 민주당은 트럼프의 인종주의 선동이 난사사건을 부추겼다고 비난하고 백악관은 정치화를 경계하며 적극방어에 나섰다. 모든 대통령 때 계속되어온 총기난사를 트럼프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히스패닉 침공에 대한 대응”이라는 난사범의 성명서가 떠도는 마당에 대통령의 분열 조장 책임도 면할 길은 없다.
대통령이 인종적 막말을 계속한다면 난사범들은 범행 정당화의 인증으로 오해할 것이다. 상당수 연구들이 효과적 총기난사 대책으로 결론지은 총기규제를 샌디훅 참사 후 그랬듯이 이번에도 정치권이 우물쭈물 피해간다면 USA투데이의 지적처럼 그것은 미국의 ‘대학살’을 방관하는 ‘죄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