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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퇴치 전쟁 “인간은 이길 수가 없다”

2019-07-31 (수) 12:00:00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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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퇴치 전쟁 “인간은 이길 수가 없다”

독일 바퀴벌레가 살충제를 먹고 있다. [퍼듀대 제공]

오랜 기간 계속된 바퀴벌레 퇴치 전쟁에서 인류가 패할 거란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바퀴벌레는 수컷 없이 암컷만으로 번식이 가능한데다, 훼손된 신체를 재생하거나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유전자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로 생명력이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각종 살충제에 대한 내성도 빠르게 갖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퍼듀대 연구진은 지난달 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한꺼번에 여러 종류의 살충제에 대한 내성을 발달시키는 바퀴벌레를 화학물질만으로 퇴치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 일리노이주 댄빌과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소재 아파트에서 서식하는 ‘독일바퀴(Blattella germanica)’를 대상으로 세 가지 실험을 6개월간 진행했다. △세 종류의 살충제를 갖고 한 가지 살충제를 1개월씩 돌아가면서 방역 △다른 종류의 살충제 두 개를 섞어 살포 △해당 지역 바퀴벌레에게 내성이 낮은 살충제 사용 등을 통해 어떤 방법이 바퀴벌레 개체수를 줄이는데 효과적인지 알아봤다. 크기가 1.5㎝ 안팎인 독일바퀴는 부화되기 1~2일 전까지 알을 배에 달고 다니다가 서식지 근처에 떨어트려 번식한다.


결과는 참담했다. 첫 번째 방법으론 바퀴벌레 수가 줄지도 늘지도 않았다. 두 번째 방법을 사용하자 오히려 바퀴벌레 개체 수가 증가했다. 마지막 세 번째 방법 중 특정 살충제를 썼을 때는 바퀴벌레를 제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은 세 번째 방식으로 다른 살충제를 쓴 실험에선 오히려 개체수가 늘었다. 이 살충제에 내성을 갖는 바퀴벌레는 전체의 10% 정도였다.

이후 실험실 연구에서 이들은 ‘교차 저항’이 바퀴벌레의 살충제 내성 증가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교차 저항은 스트레스 상태에 있는 동물이 그 스트레스를 일으킨 원인은 물론,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까지 높이는 것을 말한다. 연구진은 “특정 살충제를 썼을 때 살아남은 바퀴벌레는 해당 살충제의 내성과 노출된 적 없는 다른 살충제 대해서도 저항력을 갖게 된다는 뜻”이라며 “살충제에 대한 바퀴벌레의 저항력이 한 세대 만에 4~6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독성물질을 뿌리거나 다리 등 신체 일부를 잘라내는 것도 큰 효과가 없다. 중국과학원, 화난사범대, 산시대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진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질바퀴의 유전자 전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바퀴벌레는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다양한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바퀴벌레가 갖고 있는 약 2만개의 유전자 중에는 후각을 발달시켜 먹이를 찾기 쉽게 하고, 살충제 성분을 포함한 다양한 음식을 해독하고 소화시킬 수 있는 유전자가 있었다. 또 특정 유전자(Dpp)가 있는 바퀴벌레는 다리가 잘려도 재생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연구결과는 지난해 3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수컷 바퀴벌레를 모두 없애버려도 마찬가지다. 일본 훗카이도대 연구진은 “바퀴벌레는 수컷 없이 암컷만으로 번식이 가능하고, 무리 지어 있는 암컷들은 생식 주기가 더 빨랐다”는 연구결과를 2017년 3월 국제학술지(Zoological Letters)에 게재했다. 혼자 남겨진 암컷 바퀴벌레는 평균 13.4일 후에 알을 낳았지만, 암컷끼리 무리 지어 있는 집단에선 그보다 시간이 빨랐다. 암컷 바퀴벌레 세 마리를 넣은 실험군에선 평균 10일이 지나자 알을 낳았다. 생식주기도 빨라 무리에 있는 암컷 바퀴벌레들은 이후 18일이 지나자 다시 산란을 시작했다. 반면 혼자 있는 암컷 바퀴벌레는 알을 낳고 또 다시 산란하기까지 25~30일 걸렸다.

여러 연구결과들은 하나 같이 바퀴벌레 퇴치 전쟁에서 인류가 더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놀라운 유전자와 살충제 저항력을 가진 바퀴벌레. 그들에게 인류가 날릴 ‘한 방’은 과연 있을까.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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