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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람이 동물 그리고 사람이야기] “15년간 길고양이 보호활동… 1,500마리 구조 입양 보냈죠”

2019-07-24 (수) 12:00:00 글ㆍ사진 이태무 동그람이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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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유학 때 처음 고양이와 인연, 귀국 후 본격 캣맘으로 활동
13억 쏟아부어 부모님과 갈등도

▶ “단체 운영으로 안정적 구조 가능, 길냥이에게 힘과 용기 주고 싶어
국무총리 표창받아 뜻깊어”

[동그람이 동물 그리고 사람이야기] “15년간 길고양이 보호활동… 1,500마리 구조 입양 보냈죠”

길고양이 보호단체 ‘나비야사랑해’의 유주연 대표가 11일 서울 용산구 나비야사랑해 제1보호소에서 고양이들과 함께 있다.

[동그람이 동물 그리고 사람이야기] “15년간 길고양이 보호활동… 1,500마리 구조 입양 보냈죠”

네 다리를 잃고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입양간 미국에서 2018 올해의 영웅견에 뽑힌 치치. [나비야사랑해]



[동그람이 동물 그리고 사람이야기] “15년간 길고양이 보호활동… 1,500마리 구조 입양 보냈죠”

나비야사랑해에서 보호 중인 고양이들이 서울 용산구 제2보호소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다.



길고양이 보호단체 ‘나비야 사랑해’ 유주연 대표


부모는 내심 사업체를 물려받길 바라며 큰딸을 미국에 유학 보냈다. 그러나 딸은 11년의 유학생활 동안 배운 것과는 전혀 다른 일에 빠져 산다. 게다가 그 일이 돈을 벌기는커녕 쓰는 일이다. 10년 넘게 집과 땅까지 팔아가며 사비로 13억원을 퍼붓고도 아직까지 매달 100만~300만원을 쏟아 붓고 있다. 그런데도 최소 10년은 이 일을 더 해야 하지 않겠냐며 말하는 모습에선 호기로움마저 느껴진다. 길고양이 구조보호단체인 사단법인 나비야사랑해의 유주연(46) 대표 이야기다.

“진정한 구조단체”라는 찬사와“돈도 많네”“감당이 될까”하는 우려를 동시에 받으며 활동을 지속해온 길고양이 보호단체 나비야사랑해가 이달로 설립한 지 만 12년을 맞았다. 2007년 단체 설립에 앞서 2005년부터 개인보호소 활동을 해왔으니, 이 기간까지 더하면 15년째 국내 길고양이 보호단체의 ‘대모’로 활동 중이다. 유 대표는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지금껏 입양 보낸 고양이가 최소 1,500마리는 된다”고 했다.

당신이 문득 길고양이와 마주친다면

1993년 고교졸업 직후 미국으로 건너가 언어학을 전공한 유 대표는 2004년 초 귀국해 무역업을 하는 부모의 회사에서 일을 도왔다. 하지만 미국 뉴욕생활 당시 어머니의 친구 집에서 하숙을 하며 10년 가까이 키운 고양이 ‘미아’를 두고 온 게 아쉬웠다. 미아와 정이 든 어머니 친구가 제발 미아를 키우게 해달라고 사정한데다 수개월이 걸리는 검역일정을 귀국일정과 맞추기가 어려워 미아를 놓고 왔지만, 그 탓인지 미국에선 안 보이던 길고양이가 한국에선 여기저기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이후 캣맘의 길로 들어섰다. “미아 소식은 사진이나 영상통화로 계속 전해 들었어요. 26년을 살다 재작년에 고양이별로 갔는데, 아마 한국에 살았으면 최장수 고양이였겠죠.”

처음엔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고 다친 길고양이는 치료 후 다시 풀어주는 일 정도만 했다. 하지만 중성화가 안 된 길고양이들 사이에서는 쉴새 없이 새끼들이 태어났고, 다친 길고양이나 새끼들은 방사를 해도 생존능력이 없었다. 결국 길고양이에게 밥 챙겨주는 건 기본이고 사비를 털어 중성화 수술을 해주며, 생존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집에서 키우다 입양을 보내는 것으로 방법을 바꿨다. 2005년 서울 이태원에 조그만 전셋집을 하나 얻어 본격적으로 고양이들을 돌보기 시작한 게 그 시작이다. ‘이태원 산후조리원’이라 부른 이곳에서 유 대표는 갓 출산한 어미와 갓 태어난 새끼, 아픈 고양이들 10여 마리를 돌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였다. 부모님 회사보다 거리를 더 헤매고 다니기 시작한 게. 아무리 ‘낙하산’이라지만 지각과 조퇴도 한두 번이지, 그의 근무태도를 두고 사내에서 말이 나왔다. 남보다 조금 더 고양이를 좋아하는 정도인 줄만 알았던 부모가 큰딸이 ‘고양이에 미쳤다’는 걸 알아챈 것도 이 시기다. 이후 서로의 갈등은 점점 커졌고, 유 대표는 결국 2006년 회사를 나와 본격적으로 고양이 보호단체 운영에 나섰다.

하지만 2007년 13마리의 고양이를 돌보는 것으로 시작한 ‘나비야 사랑해’의 운영은 쉽지 않았다. 점차 일이 늘어 구조와 보호, 입양 건수가 증가하다 보니 후원금보다 수십 배의 비용이 들어갔다. 보호소 운영도 점차 힘들어졌다. 용산구 한 아파트에서 시작한 보호소 살림은 2009년 한강로1가 주거환경 개선사업지역 내 허름한 주택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때도 매달 보호하는 고양이는 40마리 수준이 유지됐다. “물려받고 모아둔 것도 꽤 있어 자신 있게 보호소 운영을 시작했는데, 밑 빠진 독이더라고요. 집이며 땅이며 오피스텔까지 몽땅 팔아 당시 12억원 가량 있었는데, 어느 날 정리해보니 1억원 정도 남아있더라고요.”


결국 부모에 손을 벌렸다. 상황을 털어놓고 도움을 받아 제2보호소를 하나 더 구한 뒤 ‘나비야사랑해’를 2014년 8월 사단법인으로 등록하는 것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기존에는 개인보호소 성격이었지만 후원금 모금 및 집행 절차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단체로 체질을 바꿔 좀 더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단법인 전환 후 단체운영에 유 대표의 사비가 전혀 들어가지 않게 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규모는 크게 줄었다. 유 대표는 “처음엔 부모님께서 동물보호 활동을 지지해주지 않았고, 집을 나올 때쯤에는 사이가 심각할 정도로 안 좋았다”면서도 “이제 부모님이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지금은 어머니도 집마당에 찾아오는 길고양이에게 매일 밥을 주는 캣맘”이라고 소개했다.

이 세상 모든 나비에게

단체 운영이 안정되면서 나비야사랑해는 좀 더 안정적인 구조, 보호, 입양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제보를 받아 도움이 필요한 동물을 선정해 나비야사랑해가 먼저 후원금을 모금하고, 이미 모인 후원금만큼을 동물병원이 추가로 지원하는 ‘희망이프로젝트’는 새로운 후원 방식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25번째 희망이프로젝트 대상이던 골든리트리버 ‘치치’는 지난 2016년 1월 초 경남 함안군의 좁은 시골길에서 검은 비닐봉지에 꽁꽁 묶인 채 발견됐다. 나비야사랑해에서 이례적으로 고양이가 아닌 개를 지원대상으로 선택했을 만큼 사연 있는 개였다. 치치는 구조 후 네 다리를 모두 잃어야 하는 아픔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에, 사지가 없지만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는 닉 부이치치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하라는 의미에서 이름이 지어졌다.

치치는 2016년 3월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사는 펫 호스피스 활동가 부부에게 입양돼 현재 치유견으로 새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그의 이력과 새 삶을 살아가는 소식이 전해지며, 미국동물보호협회(AHA)가 매년 주최하는 영웅견 상(Hero Dog Awards)을 수상하며 ‘2018년 올해의 영웅견’이 됐다.

유 대표는 이 같은 공로들을 인정받아 지난 2월 제8기 국민추천포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011년 도입한 국민추천포상은 곳곳에서 봉사와 기부, 선행 등 사회 귀감이 되는 일을 지속적으로 실천해온 유공자들을 국민이 직접 추천해 포상하는 제도다. 700명이 넘는 후보자 가운데 24명만 받은 국무총리 표창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유 대표는 “최근 케어 사태로 인해 동물보호단체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진 상황에서 경력 검증도 철저하게 진행돼 크게 기대를 안 했는데 놀랐다”며 “동물분야에서 혼자 수상해 뜻 깊었다”고 했다.

유 대표는 지난 6월 15년간 길고양이 보호활동을 정리한 ‘당신이 문득 길고양이와 마주친다면’을 펴냈다. 네이버 동물공감에서 인기리에 연재됐던 칼럼을 모아 만든 그의 책에는 길고양이들의 긴박했던 구조기부터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대처법과 입양을 희망하는 이들의 자격요건 등 인간과 길고양이가 공존하는데 필요한 실용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다. 유 대표는 책에서 동물보호단체 후원과 관련해 “후원자가 돈을 보내는 이유는 자기들 대신 구조동물을 잘 돌봐달라는 뜻이므로, 후원한 돈이 끝까지 책임 있게 동물을 위해 쓰이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언제까지 고양이 구조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 단체의 구조방식이 정답도 아니고, 세상 모든 고양이를 구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단지 그들이 우리와 만나 잠깐이라도 쉬어 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길 바라며 손을 내밀 뿐입니다.”

<글ㆍ사진 이태무 동그람이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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