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요즘 젊은 것들…”

2019-07-22 (월) 김현정 가주한미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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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것들…”

김현정 가주한미포럼 대표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밤새 이메일로 들어 온 “위안부”에 관한 기사를 읽는 일이다.

며칠 전에는 전날 먹은 저녁이 역주행을 할 만한 기사가 들어와 있었다. 한국 안산시에서 있었던 “소녀상에 침을 뱉은 청년들”에 관한 기사였다.

조사 결과 20,30대 남성 4명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조롱하고자 이런 행위를 한 것은 물론, 사건 당시 일본말로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일본어를 구사하며 엉덩이를 흔든 그들이 일본인일거라는 애초의 짐작과는 달리 이들은 모두 한국인이었다.


아침부터 육두문자가 쏟아지려는 걸 꾹꾹 눌러 참으며, 도대체 요즘 젊은 것들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모욕죄로 고소하시겠느냐는 물음에 나눔의 집 이옥선 할머니는 “청년들이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갖도록 놔둔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다”며 그들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다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몇몇 미꾸라지 때문에 요즘 젊은이들을 모두 도덕성도 역사의식도 없는 이기주의자들로 매도하지는 말자. 요즈음 들어 아픈 역사문제를 여성인권 문제로 인식하며 소박하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기여를 하는 기특한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작년에 가주한미포럼에서 개최한 ‘소녀상의 의미’ 포스터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크레센타 밸리 고등학교 김진 학생은 미대 진학을 준비하는 미술생도였던 모양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위안부 및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주제로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손수 제작한 팔찌를 팔아 얻은 수익금 전액을 ‘위안부’ 문제해결에 써 달라며 가주한미포럼에 기부해 왔다. 오는 27일 있을 모금행사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수줍게 웃으며 본인이 그린 그림을 경매를 위해 기부하기도 했다.

그라나다 힐스 고등학교에 다니는 저스틴과 케빈은 자기들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으니 소녀상 청소라도 하겠다 하여 새벽부터 나와서 물을 길어다 소녀상을 씻고 닦고 광을 내느라 땀을 흘렸다.

그 뿐인가, 미국 시민사회에 ‘위안부’ 문제를 알리겠다며 여름방학을 통째로 반납하고 80일간 LA에서 뉴욕까지 뜨거운 미국 땅을 자전거로 횡단하는 한국 청년들로 이루어진 트리플 에이 프로젝트는 벌써 5기째에 접어들었으며, 이들은 오늘 텍사스 주 어딘가를 달리고 있다.

일본계 미국인 청년 미키 데자키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왜 이렇게 인식차가 극명한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하여, 3년간 한국, 미국, 일본에서 ‘위안부’ 지지자들 및 극우 역사수정주의자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일본과 한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일본에서는 극우 수정수의자들이 상영금지를 요청하는 소송을 준비 중이며, 때로는 신상에 대한 위협도 받고 있지만, 그는 소신껏 만들었으니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들은 안다. 자신들이 살아갈 세상에서 똑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만이 답이라는 걸. 젊은 그들을 응원한다.

<김현정 가주한미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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