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앵콜클래식]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

2019-07-19 (금)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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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그럴 필요는 없지만, 나의 음악감상 스타일은 어느 작곡가이든 최고의 작품들은 잘 안 듣는다는 것이다. 즉 피겨 스케이트 등에서 처럼 최고 점수와 최저 점수를 빼고 채점하는 식이라고나할까. 정말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사실 모차르트 등의 가장 유명한 작품들은 별로 듣지 않는 편이었다. 가령 모차르트의 가장 유명한 교향곡 40번 같은 작품은 빼고 오히려 교향곡 39번 등을 주로 듣는다는 식이다. 특히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은 FM 등에서 흘러나올지라도 일부러 집중해서 들은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40번의 2악장이 어떤 곡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나름 모차르트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그 일부를 거부해 오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유명하다는 것, 대중적인 것이 바로 최고를 말하는 바로미터는 아닐테지만 널리 알려진 작품일수록 개성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모차르트는 그 자연스러움이나 독창적인 아름다움에 있어서 너무 빼어나고 너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 오히려 흔하게 취급 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작곡가이기도하다. 다시 말하면 모차르트의 음악회나 오페라 등을 보러갔을 때 ‘어땠냐?’하고 물어 올 경우 대체적으로 ‘모차르트잖아(Just Mozart)’ 라고 대답하는 경우 등이 그 것이다. 그래서 좋다는건지 싫다는건지 모르지만 아무튼 모차르트는 천재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일반화 되어 버린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은 모차르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할뿐더러 모차르트를 특정 짓는 가장 뛰어난 작품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며 인위적이거나 일그러짐이 없는 명품 도자기와 같은 작품. 그렇게 때문에 또 무어라고 특정지을 수 없는, 마치 먼 우주에서 들러오는 그런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머금고 있는 작품. 그것은 대가가 아니면 결코 창작해 낼 수 없는 자연스러움의 결정체이자 단 일획으로 상대방의 폐부를 찌르는 천재성의 극치이기도 했지만 사실 이 작품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25번, 피아노 협주곡 20번과 더불어 우울한 색채로 그려진 몇 안되는 단조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또 모차르트의 죽음과 더불어 모차르트의 성격에 대한 신비라고나할까 진면목을 전해주는 중요한 작품이기도 했는데 역사상 모차르트만큼 유명했지만 또 그의 최후, 성격 등이 신비에 싸여있는 작곡가도 없었다. 도대체 모차르트가 왜 죽었는지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아직도 그 정확한 진실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 갑작스러운 사망이어서 당시에는 독살설 같은 것이 공공연연하게 퍼지곤 했었는데 실질적인 사인은 (돼지고기 등에 기생하는) 섬모충 감염내지 과로사로 추정하지만 영화 ‘아마데우스’ 등에서는 살리에르 등이 모차르트의 죽음에 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기도 하다. 모차르트는 평소에 돼지고기를 즐겨했지만 그의 죽음이 섬모충 감염때문이었다고 보기에는 너무 뜻밖의 죽음이었으며 오히려 레퀴엠을 작곡하던 시기였기에 그의 죽음과 어떤 모종의 상관관계가 있지않나하는 묘한 신비감을 전해 주기도했었다.


모차르트에 대한 인상은 각기 달랐는데 혹자는 그를 천재라부르고 혹자는 괴물, 천박한 재주꾼, 혹자에겐 (음악의) 그리스도이자 천상의 음악가였지만 혹자에겐 넘어야할 장벽이자 질투의 대상이기도 했다. 모차르트는 5세 때 이미 작곡을 하기 시작했고 14세 때는 이미 이태리의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로서 명성을 얻고 있었다. 모차르트의 음악적 IQ는 그 끝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사실 모차르트는 치밀하고 그 누구보다도 노력하는 작곡가였다고 한다. 로시니는 ‘모차르트야말로 들려주는만큼 아는 자였다’고 했다지만 아무튼 모차르트는 천재와 노력형 그리고 밝음과 어두움을 동시에 가졌던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 교향곡 40번은 그 두 모습이 묘하게 랑데뷰된 작품이었다. 자연스럽고 매끈했지만 어딘가 묘한 어두움과 불안이 도사리고 있는 작품. 그것은 그의 천재성이 사실은 얼마나 큰 부담감으로 그를 억누르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고 음악과 세상을 연결시키려는 몸부림이 얼마나 처절하였나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모차르트는 사실 그의 교향곡이나 우아한 실내악 몇 곡정도로 다 말하기에는 너무 뛰어난 업적을 남긴 작곡가였다. 특히 오페라 등에서 남긴 업적, 수많은 협주곡 등은 모차르트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했으며 음악 중흥에 이바지 할려했는지를 알 수 있는 모습이기도 했다. 인류는 그를 통해 음악이라고 하는 세계를 더욱 가깝게 비쳐볼 수 있었지만 교향곡 40번이야말로 어쩌면 짧은 생애동안 그 누구보다도 먼 영혼의 여행을 떠나야했던… 한 천재의 단면을 보여주었던 쓸쓸한 뒷 모습, 가장 실존적인 작품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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