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빅 원, 올 때가 넘었다”

2019-07-09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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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일상화된 남가주 주민들에게도 지난주 강진 발생 하루 만에 덮친 더 큰 강진의 급습은 전혀 생소한 경험이었다. 지금까지 강진 발생 후 얻었던 유일한 위안, “최악은 지났다”는 안도감을 빼앗아간 것이라고 LA타임스는 표현했다.

목요일 LA 북동쪽 150마일 지점의 리지크레스트를 규모 6.4의 지진이 강타했을 때 여진은 그 강도와 빈도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사람들은 기대했다. 노스리지, 실마, 위티어…기억 속에 남아있는 강진들이 모두 그랬으니까. 그러나 다음날인 금요일 훨씬 강한 7.1의 강진이 휴일 저녁의 평온을 거세게 뒤흔들었고 그 충격은 새로운 두려움으로 남가주를 사로잡았다.

6.4는 전진(foreshock)으로 7.1은 본진(main shock)으로 곧 정리되었다. 칼텍의 지진학자 루시 존스는 1932년 이후 규모 6 이상의 지진 발생은 22회였는데 그중 이번 포함 2회만 더 큰 강진의 전진이었다고 밝혔다. 국제적으로는 1960년 칠레의 9.5 강진 하루 전 7.9의 전진이 있었고 핵 참사를 초래한 2011년 일본의 지진 역시 강력한 전진이 있었다.
이번 두 차례 강진은 남가주를 가장 위협하는 샌안드레아스 지진대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존스 박사는 설명했다. 리지크레스트에서 며칠 내 더 큰 지진 발생 확률도 8~9%로 예상되었다가 토요일엔 3%로, 일요일엔 다시 1%로 내려갔다. 그러나 남가주 전역의 불안심리지수는 하향 기미를 안 보인다. ‘빅 원’의 그림자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모두가 묻는다 : “빅 원은 언제 올 것인가” 존스 박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대답한다 : “올 때가 넘었다(Overdue)”

미 지질조사국 수퍼컴퓨터가 예측하는 향후 30년 내 LA지역 규모 7 이상의 지진 발생확률은 50대50이다. 7.5 이상은 31%다. 캘리포니아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샌안드레아스 지진대의 남쪽 LA부분에서 강진이 발생한 것은 300여년 전이다. “샌안드레아스 지진 발생 사이클은 130년 정도여서 빅 원의 발생 기한이 한참 넘은 것”이라고 설명한 물리학자 미치오 카부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30년 내에 빅 원 가능성은 약100%다. 우리 생전에 보게 될 것이다. 발생은 불가피하다. 물리의 법칙이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이번 지진의 인명피해는 없었다. 강진 규모에 비해 재산피해도 1억 달러로 적은 편이다. 57명 사망·1,600명 중상·150억 달러 재산피해·490억 달러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던 1994년 규모 6.7의 노스리지 지진과는 엄청난 대조를 보여준다. ‘인구밀집지역’ 여부가 큰 차이를 만들었다.

LA 도심지역의 빅 원은 상상만으로도 두렵다. 2008년 미 지질학회의 보고서 ‘쉐이크아웃 시나리오’는 샌아드레아스 지진대 남부의 규모 7.8 강진 결과를 추산했다. 수천명 사망, 5만명 부상, 2,000억 달러 경제 손실, 전력·상하수도·도로 등 모든 기간시설 파괴, 남가주의 소방서는 1,200 곳인데 1,600건의 화재 발생…빅 원 발생 직후의 구조 역량은 크게 기대하기 힘들고 그 이후 남가주의 삶을 정상으로 회복하는 데는 수십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빅 원 발생이 필연이라면 철저한 대비는 필수다. 당국의 건물 및 기간시설 내진보강 강화와 개인의 안전수칙 숙지 및 비상물품 마련은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이사 갈 생각이 아니라면 ‘반드시 온다’는 빅 원의 땅 위에서 평온한 마음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은 최선의 대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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