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터맨의 실종사고

2019-07-06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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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에는 늘 아찔한 사고가 도사리고 있다. 등산로에 나와 있는 방울뱀을 간발의 차로 밟지 않고 지나가는 일도 벌어진다. 사람도 놀라지만, 뱀이 더 놀라 요란하게 방울소리를 울려 댄다.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자칫 발을 헛디디면 경사가 급한 낭떠러지를 구를 수도 있다.

얼마전 LA북쪽 앤젤레스 국유림에 있는 마운트 워터맨에서 잇달아 실종 사고가 일어났다. 워터맨에서 잇단 실종사고라? 이 산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의외의 뉴스였다.

워터맨은 특히 여름에 권할 만한 쾌적한 등산로다. 라 카냐다에서 2번을 타고 동쪽으로 한 시간 정도 들어가면 나오는 등산로 입구가 이미 한라산 정상보다 100미터 정도 높다. 더운 여름에도 시원하다. 2,400미터 정도인 정상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는 북사면인데다, 그늘이 좋다. 갔던 길로 되돌아 나오면 왕복 5.5마일. 산행의 난이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고도상승(elevation gain)이 400미터가 채 안되는 데다 잘 닦인 등산로는 완만하다. 왕복 3시간 코스라고 소개하는 블로그도 있다.

이런 곳에서 잇따라 실종사고가 일어난다면 한인들의 산행 관행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구조대가 사고 원인을 알아보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번 사고는 불의의 부상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번 사고는 산행의 기본 안전수칙을 너무 모르거나, 알아도 등한시 하거나, 부주의해서 벌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 이대로면 자칫 제2, 제3의 사고 소식이 더 전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등산인구는 늘고 있지만 같은 곳을 몇 번 다녀와도 어딜 갔다 왔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무작정 따라만 갔다 왔기 때문이다.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이런 분들과 산에 간다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산길이란 게 올라갈 때와 내려 갈 때 보이는 경치가 달라 여러 번 다닌 길도 헷갈린다. 일행에서 벗어나 볼 일 본다며 바위 뒤로만 갔다 와도 헷갈릴 때가 있다.

산악회나 그룹단위 산행에서 사고가 일어났다면, 미안한 말이지만 산행 인솔자는 물론이고, 같이 간 일행은 공동 책임을 느껴야 한다. 왜 내 책임이냐고? 그렇지 않다. 공동산행에 나섰다면 그 날은 공동 운명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챙기면서 다녀야 한다. 뒤에는 반드시 후위를 책임지는 사람을 세워야 한다. 그 사람이 뒤에서 미끄러져 버린다면? 그래서 같이 간 일행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거리 안에서 산행을 해야 한다.

산에서 빨리 가는 것이 무슨 자랑이 아니다. 속도가 맞지 않아 운동이 되지 않는다면 그룹을 나눠 다니면 된다. 한 번 실수로 생명과 관련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 산행이다. 이번에는 날이 더워 천만 다행이었다. 겨울에는 하룻밤 새 생사가 갈릴 수 있다.

호루라기와 엑스트라 배터리가 있는 헤드 랜턴은 반드시 가지고 다녀야 한다. 99센트짜리 일회용 플라스틱 비옷 하나, 비니(털모자)를 백팩에 넣어 놓으면, 만일의 경우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안전산행에 필요한 10가지 필수품이 있는데, 인터넷에서 10 essential을 치면 자르르 쏟아진다. 어느 산악회에서 시니어와 초보자를 위한 산행 안전교실을 여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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