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의 ‘격려의 기술’

2019-07-05 (금) 김재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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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격려의 기술’

김재열 목사

트럼프가 북한 땅을 처음 밟아 역사적인 기록을 세운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일본에서 열리는 G20 참석차 비행기에 오를 때 미국에서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의 열띤 토론회가 진행 중이었다. 내년 선거에서 자신의 맞수가 될 후보들에 대해서 왜 신경이 쓰이지 않겠는가? 그러나 트럼프는 의연하게 ‘나는 자유진영을 구하러 가야 해서 TV를 볼 수 없다. 미안!’이라고 트윗을 했고 TV를 볼 수 없다던 그는 40분 후에 ‘지겹다!(Boring)’이라는 단어 하나로 민주당 토론회를 평했다.

일본에 도착 한 트럼프가 민주당 1차 토론회를 1,810만 명이 지켜봤다는 보고를 받고 비상한 맞수 작전으로 꺼내 든 것이 판문점 회동이었다. 트럼프의 기술은 미국과 세계의 시선을 단숨에 그 자신 쪽으로 돌려놓았고 궁지에 빠진 김정은에게도 기회를 만들어 줬다. 북미 정상 회동의 실질적 내용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두 정상 만남에서 트럼프는 북한이 바꿔달라고 했던 폼페이 장관을 중심으로 새로운 팀을 만들어 2~3 주 안에 실무 접촉을 하도록 하겠다고 통보함으로 종래의 자기주장들에 대해서 확고하게 쐐기를 박았다. 북핵의 1차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우리나라 대통령은 두 사람의 회동에 끼지도 못하고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영접 위원으로 수고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통령에게도 어김없이 트럼프의 한마디 격려가 뒤따랐다. 그는 격려의 달인이다.


판문점 회동이 끝난 후 헬기로 오산 주한 미군 공군부대를 방문했는데 자국의 대통령을 영접하러 모인 그 자리에서 트럼프는 무엇이 최상의 격려인지 보여주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사병으로부터 장군들에 이르기까지 거의 20~30명의 이름들을 불러 격려하고 감사하는 모습은 한편의 진한 감동 드라마가 아닐 수 없었다.

트럼프는 헌터 주임 원사를 언급하면서 한국 고아로 미국 입양아 출신인 그가 지금 미 공군의 일원으로 한국에서 미국 공군으로 임무에 임하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진심으로 존경하고 감사한다고 격려했다. 그는 여러 장병들의 이름들을 거명한 후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주한 미군 장병 여러분들께 3억8,000만 명의 미국민을 대표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미국에 있는 여러분들의 가족들과 배우자들의 희생과 헌신의 덕택으로 우리가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역만리 타국에 있는 군인들을 격려하는 미국의 대통령과 폭침으로 46명의 해군들이 사라졌는데도 축구 경기를 관람하고, 추도식에도 나타나지 않는 조국의 두 대통령의 얼굴들이 겹쳐 오르면서 뜨거운 감격과 한편으로는 서글픔의 눈물이 자꾸만 베갯닛을 적신다.

<김재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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