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퍼스트’ 정책

2019-07-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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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순간부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새로운 비전이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제 45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내뱉은 일성이다. 이후 ‘트럼프 정책’하면 따라 붙는 트레이드마크가 바로 ‘아메리카 퍼스트’다. 무역이든 안보든 외교든 간에.

“…그 트레이드마크가 바뀌었다. ‘아메리카 퍼스트’가 아닌‘ 트럼프 퍼스트(Trump First)‘로.” 트럼프의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과 바로 뒤이은 한국방문과 관련해 CNN이 내린 결론이다.

G20 정상회의에서 딸 이방카를 비롯해 트럼프의 혈족이 보인 광폭행태부터가 그렇다. 그렇지만 ‘트럼프 퍼스트’정책의 압권은 판문점 깜짝쇼라는 것이 CNN의 지적이다.


세계 최악의 독재자다. 그런 그가 여전히 핵을 만지작거리며 동북아시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그 김정은을 만나기 위해 미국의 얼굴이자 미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판문점 북쪽 땅에 발을 디딘다.

상식과 양식을 갖춘 미국 대통령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행동에 따른 안보와 외교문제의 파장이 여간 큰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걸 그런데 태연히 해냈다. 그것도 다시 만나게 돼 영광이라는 아부성의 발언까지 해가면서. 왜. 2020년 재선승리, 그러니까 오직 개인의 정치적 영달을 위해 트럼프는 그런 말도 안 되는 행보를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CNN은 뉴욕타임스와 함께 반(反)트럼프성향의 언론매체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니 혹시 편견에 사로잡힌 비판은 아닐까.

“트럼프의 판문점 방문은 ‘미국 대통령이 위대한 수령님을 알현하러 왔다’는 식의 선동선전의 빌미만 주었다. 북 핵 폐기에는 아무 진전도 없이 소년독재자의 위상만 한껏 올려주었다는 점에서 속이 빈 리얼리티 쇼에 불과하다.” 보수진영에서 나오고 비판이다.

그러나 반론이랄까. 옹호적 시각의 지적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일견 황당해 보이는 행보, 그리고 역겨울 정도의 김정은에 대한 애정 어린 수사. 그 이면에는 트럼프 나름의 원모(遠謀)가 숨겨져 있다는 것.

미 언론의 빗발치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푸틴을 향한 트럼프의 수사는 지극히 우호적이다. 김정은에게도 계속 구애의 말만 쏟아내고 있다. 독재자들을 편애해서인가. ‘그게 아니라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이 중국전문가 고든 챙의 주장이다.


소련을 붕괴시키기 위해 중국을 끌어당겼다. 닉슨의 전략이다. 트럼프는 그 전략을 역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당면한 최대의 적은 중국이다. 그러니 중국의 우익과 좌익을 끊어내고 가능하면 미국 편으로 끌어들여라. 그 전략의 일환이라는 거다. 김정은과 벌인 판문점 깜짝 쇼의 진짜 타깃은 다름 아닌 중국의 시진핑이라는 것이다.

G20 정상회담을 바로 앞두고 시진핑은 북한을 공식 방문했다. 미국이란 대적과의 대좌를 앞두고 동맹을 다지는 일종의 합종(合從)전술을 구사한 것. 그에 대한 카운트어택으로 트럼프는 김정은을 판문점으로 불러내는 연횡(連衡)전술로 맞섰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맞는 분석일까. 아무래도 ‘트럼프 퍼스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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