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판문점 회동의 명암

2019-07-02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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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30일 판문점의 오후 3시46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쪽을 향해 군사분계선을 넘어섰다. 북한 땅을 밟은 최초의 미 현직 대통령이 된 것이다. 1분 남짓 스무 발자국의 ‘입북’은 트럼프의 파격 외교가 연출해낸 미북 정상 ‘깜짝 회동’의 하이라이트였다.

지난 2년 미북 간 롤러코스터 외교의 또 하나 이정표가 될 이날 만남의 역사적 상징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비판적 시각의 전문가들과 민주당 대선주자들도 역사적 의미는 인정한다. 짧은 인사와 악수의 2분 만남 예상이 1시간 가까운 비공개 회담에서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와 김정은 백악관 초청 제의로까지 이어진 ‘성과’에 대한 인정 분위기도 확연하다.

그러나 미북회담의 궁극적 목표인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이번 회동의 지속적 의미와 실제적 효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중요한 선의의 제스처” “평화의 문을 여는 퍼즐조각”이라는 긍정적 평가의 반면엔 “비핵화 빠진 사진찍기 이벤트”에서 “형편없는 외교” “리얼리티 쇼”에 이르기까지 비판적 회의론도 상당히 강하다.


트럼프의 즉흥적 트윗 초청에 김정은이 주저 않고 화답하면서 전격 회동이 성사된 것은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트럼프에겐 재선 캠페인의 효과적 카드였고 김정은에겐 지난 2월 하노이 ‘노 딜 회담’ 후 빈손 귀국으로 상처 입은 지도자 위상을 국내외에서 회복시킬 수 있는 무대였다. 트럼프에겐 그가 가장 애집하는, 전임자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최초’를 또 하나 기록할 수 있는 기회였고, 김정은의 시각에선 트럼프가 “그래도 협상대상으로는 최선의 미 대통령”이었다.

트럼프는 민주당 대선주자 토론과 자신의 대이란 변덕 외교에 쏠려 있던 국내외 관심을 판문점으로 끌어 모으는 데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두 지도자가 국제사회에서 평판 나쁜 서로에게 아낌없이 찬사를 쏟아낸 현란한 즉흥 외교의 흥분이 갈아 앉은 후엔 멀고 험난한 이해상충의 여정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세계는 눈길을 돌리지 않고 향후 전개를 지켜볼 것이다.

“리얼리티 쇼인가, 외교의 새로운 리얼리티인가”라는 제목의 ‘더 힐’ 기고를 통해 한스 샤틀 연세대 교수는 “이번 깜짝 만남이 분단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의미 있는 한 걸음인지, 싸구려 리얼리티 쇼인지를 현 시점에서 판단하기는 힘들다”고 먼저 시인했다. 그러나 북한 독재에 대한 미국의 인증으로 다시 한 번 세계 지도자 반열에 올려 진 김정은이 이번 회동의 최대 승자인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스무 발자국이 은둔 왕국의 권한을 강화하고 정당화시켜준 것인지는 앞으로 알게 될 것”이라고 전제한 안보전문가 사만사 비노그래드 역시 이번 회동을 통해 “김정은은 ‘정상적 핵보유국 북한’이라는 자신의 소망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일부 언론에선 미국이 협상 초점을 핵동결로 낮춘 새 접근법을 구상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자신의 ‘승리’에 대한 미디어의 ‘불공정한 보도’에 늘 불평해온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회담 후에도 취재진을 향해 말했다. “여러분은 정확하게 보도하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다. 언젠가는 역사가 정확하게 기록할 것이다”

그의 ‘예언’이 맞기를, ‘판문점의 깜짝 회동’이 트럼프의 리얼리티 쇼가 아닌 한반도 평화의 중요한 이정표로 역사에 기록되기를…이번엔 우리도 트럼프 편에 줄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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