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6.25가 북침이었다는 헛소리

2019-07-01 (월) 02:42:22 황근 육군학사장교 남가주동문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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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가 북침이었다는 헛소리

황근 육군학사장교 남가주동문회 명예회장

6.25는 동족상쟁의 전쟁이었다. 아마도 한국 역사에서 동족끼리 살생을 저지른 전쟁 가운데 가장 잔혹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북한은 지금도 남침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북한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들이 거짓말을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쉽게 하는지라 믿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어 작전명령서가 공개됐어도 북한의 거짓말은 여전하다.

비밀문서가 공개됨으로 인해 그동안 김일성이 스탈린의 괴뢰로서 한국전쟁을 일으켰다는 주장은 큰 타격을 입었다. 흐루시초프의 주장대로 한국전쟁을 ‘주도한 자’는 김일성이라는 주장이 대세가 되었다.

최근에 고 김종필씨가 6.25를 회상하며 북침이었다고 실토했다는 카톡 글을 보았다. 무슨 헛소리인가 읽어보니 6.25가 발발하기 며칠 전 남한정부가 백선엽 장군의 동생 백인엽 대령을 시켜서 개성을 공격하면서 한국전쟁이 시작됐다고 증언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가짜인 첫 번째 이유는 6.25 당시 개성은 38선 남쪽에 있어서 한국군이 북침할 목표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유언비어를 만드는 세력이 한국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한심하다.


실제로 당시 한국정부는 6.25 즈음에 군인들을 휴가나 외박 내보내고 경계령을 해체하는 등 침략전을 일으킬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육군참모 총장이 내일 전쟁을 일으키는데 술에 만취해서 곯아떨어지는 나라는 그 어느 역사에도 없다.

내 고교시절에 선배가 오셔서 강연을 한 기억이 나는데 그 분이 6.25 당시에 육군의 작전참모였다고 하신 것 같다. 6.25 당일 날 아침에 자기 집 근처에서 군인이 짚차 확성기로 자기를 찾는 방송을 했다고 한다. 며칠 전에 이사를 한 작전참모 집에 전화나 무전기도 없는 나라가 무슨 북침을 했겠나.

북한은 6.25를 민족해방전쟁이라고 부른다. 일제에서 해방이 된 게 벌써 5년 전인데 누구에게서 누구를 해방하겠다는 것인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으킨 전쟁이라면 왜 떳떳이 말을 못하나?

김일성의 오판으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내게 가장 기분 나쁜 일은 한국의 내전으로 일본이 전쟁특수를 톡톡히 누려 패전의 굴레를 완전 극복하고 경제대국으로 가는 탄탄대로를 건설하게 된 것이다. 참으로 일본에게 북한의 김일성은 하늘이 내린 친일파 공로자라 아니할 수 없다.

그 이후로도 김일성의 아들 김정일이 일본을 관통하는 미사일을 날려 일본 우익 아베를 총리 자리에 앉게 하더니 손자 대에서는 핵무기를 완성했다고 설쳐대며 일본의 우경화를 독려하는 역할을 주도하고 있다. 삼대가 나란히 대를 이어가며 일본 우익세력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7월27일을 민족해방전쟁 승전일로 기린다. 김일성 왕조가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날이라면 이해가 갈까 승전일이라 할 수는 없다. 6.25 때 한국의 통일을 결정적으로 막은 중공은 한국에게 그야말로 원수이다. 그들은 ‘항미원조’라 부르며 국가 차원에서 중공군을 보낸 것은 아니라고 발뺌한다. 단지 북조선을 미제의 침략으로부터 돕기 위해 자발적 지원군이 가서 싸운 것이라고 주장한다.

거짓을 일삼는 사회나 나라가 크게 발전할 수가 없다. 산업혁명이 중국에서 시작하지 않고 영국에서 일어난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 6.25는 당대의 강대국이 모두 참가한 국제전이었다. 전쟁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역사의 기본인데 전쟁의 기원이라는 헷갈리는 용어로 진실을 호도하는 행위가 근절되면 좋겠다. 요즈음 6.25를 일제시대 무슨 저항운동 기념일로 착각하는 젊은이가 반도 넘는다니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될까 우려스럽다.

<황근 육군학사장교 남가주동문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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