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하면서 수많은 대통령이 자리에 앉았다 물러났지만 문재인만큼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인물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2017년 취임하자마자 남북 관계 개선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취임 첫 해 베를린으로 달려가 남북 화해를 촉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욕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해 말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은 태도를 돌변,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를 선언했다. 그 후 남북 정상은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을 오가며 화기애애한 모임을 가졌고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는 획기적으로 좋아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올 초 하노이에서 열린 미 북한 정상 회담이 결렬되면서 분위기는 다시 급반전했다. 김정은은 지난 4월 국제 사회로부터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북한 편에서 힘써온 문재인에 대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어떻게 해서라도 냉각된 분위기를 돌려 보려고 식량 지원에 나섰지만 북한은 고맙다는 말 대신 비난을 쏟아냈다. 북한의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근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근본 문제들을 제쳐둔 채 그 무슨 인도주의 지원과 교류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북남 관계 발전이 아니라 저들도 북남 선언 이행을 위해 할 바를 다하는 듯 생색이나 내고 여론을 기만해 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지난 27일 북한의 일개 외무성 국장이 한미 정상 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권정근 외무성 국장은 조선 중앙 통신에 나온 담화에서 “조미 대화의 당사자는 말 그대로 우리와 미국이며 조미 적대 관계의 발생 근원으로 보아도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며 “조미 관계를 중재하는 듯이 여론화 하면서 몸값을 올려 보려 하는 남조선 당국자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다”고 비난했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노력을 외무성의 최고 책임자도 아니고 일개 국장이 깔아뭉개고 비하한 것이다. 아무리 하위직 관리라 해도 이런 주장이 윗선의 재가 없이 나올 수 없는 것임은 물론이다.
그리고는 “남조선 당국자들이 지금 북남 사이에도 그 무슨 다양한 교류와 물밑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며 “남조선 당국은 제집의 일이나 똑바로 챙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를 망신주자고 작심하기 전에는 이런 발언이 나올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회담 전 남북 정상회담을 한 번 성사시켜 보려고 애쓰고 있는 지금 북한이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당분간 남북 정상회담이 물 건너 간 것은 물론이고 관계 개선도 어려울 것을 시사한다.
이렇게 되면 몸이 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다. 그야말로 집권 이래 지금까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올인해 왔는데 북한이 이렇게 돌아서 버리면 국민들에게 뭐라 변명할 것인가. 당장 1년도 남지 않은 총선이 걱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의 또 다른 축인 소득 주도 성장이 그 시행 2년이 된 지금 한국 경제를 파탄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관계마저 북한이 어깃장을 놓는다면 총선 패배는 불가피하고 그렇게 될 경우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정국 주도권을 잃을 것이다. 김정은 한마디에 목을 걸고 있는 문재인의 모습이 참으로 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