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이호랑이 트럼프(?)

2019-06-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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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닉슨에 비교됐다. 행보가 예측불허다. 그럼으로써 상대는 겁을 먹고 많은 것을 양보한다. 그 ‘미치광이 전술의 달인’으로.

협상가로서 트럼프의 능력에 물음표가 던져지고 있다. 트럼프 백악관의 위기대처 각본(playbook)이 너무 천편일률적이다. 때문에 그 수가 들통이 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란의 공격에 미군 무인정찰기(드론)가 격추됐다. 페르샤 만의 긴장은 한껏 고조됐다.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면서.


이란에 대한 공격을 승인했다가 D아워 10분 전에 철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와 함께 제기되고 있는 의구심이다.

위기가 발생한다. 그러면 트위터를 통해 험한 말을 마구 쏟아낸다. 그럼으로써 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전 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는 가운데 트럼프가 구사하는 수사는 강경에서 초강경으로 치닫는다. 그러면서 거의 백기투항에 준하는 양보를 요구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강온 양편으로 대립된 백악관 내분이 언론에 보도된다. 그 와중에 당장 군사공격에라도 나설 것 같던 최후통첩성의 발언은 유야무야된다. 그러면서 슬며시 들이미는 카드는 협상카드다. 북한 문제가 그랬고 베네수엘라 사태 접근방식도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란 사태도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벌써부터 나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미사일포대와 레이더를 타깃으로 공격을 승인했다가 10분 전에 철회했다.” 뉴욕타임스 보도다. 왜 돌연 취소했나. 여기에 대해서는 명쾌한 설명이 없다.

이 보도가 나온 지 이틀 후 트럼프는 자신의 안보보좌관인 존 볼튼을 비난하는 발언을 흘렸다. 강경파가 지겹다는 식으로. 반면 조셉 던퍼드 합참의장을 훌륭한 장군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야기를 종합하면 트럼프는 볼튼의 주장에 따라 이란공격을 지시했다가 공격을 할 경우 ‘150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보고한 던퍼드 합참의장의 조언에 따라 뒤늦게 공격명령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또 다시 불거진 것은 트럼프 백악관은 콩가루 집안이 아닌가 하는 우려다. 대통령이 합참의장은 추켜세우면서 안보보좌관은 깎아내리는 것 같은 추태를, 그것도 전 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연출한 것이다.

사실이지 이번만이 아니다. 위기가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돼 왔다는 것이 내셔널 인터레스트 지의 지적이다. 관련해 이런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그저 ‘bluffer(말로만 허세 부리는 사람)’일뿐 ‘fighter(투사)’는 못된다는.

문제는 북한의 김정은 같은 깡패국가 지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것이다. 미국은 말뿐인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판단과 함께 제멋대로 날뛸 수도 있지 않을까.
정반대의 진단도 나오고 있다. bluffer, 혹은 종이호랑이로 비쳐지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트럼프는 분쟁지역이나 깡패국가를 대상으로 진짜 실력행사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거다.

그 트럼프가 오사카 G20 정상회담 참석 후 한국에 들러 비무장지대를 방문할 계획이다. 그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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