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사도우미 보호법

2019-06-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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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을 맞아 필라델피아 시의회가 강력한 가사도우미 보호법안을 상정했다. 9월 표결 예정인데 시의회의 진보성향으로 미루어 통과가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통과되면 어떻게 될까? 집주인과 도우미는 법적 구속을 받는 고용주와 종업원으로 구체적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빨래·청소 등 구체적 업무 내용, 일하는 시간, 임금 및 오버타임 수당, 유급 휴식과 휴가 등을 상세하게 적어야 한다. 흔히 알음알음으로 일자리를 얻고 근무시간과 임금은 말로 정하는 가정부나 보모들이 법적 고용관계를 인정받지 못하는 ‘비공식 노동자’로 간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최저임금, 오버타임, 해고는 2주전 통보, 매 1시간마다 10분 휴식 등 현행 노동법 확대 적용과 함께 성희롱과 임금 착취, 고용주의 보복으로부터의 법적 보호도 명시하고 있다.


다른 근로자들에겐 당연한 법적보호를 연방정부는 아직 가정부·보모·간병인 등 가사노동자에게 전면 확대 적용하지 않고 있다. 주 차원에서도 2010년에야 뉴욕이 처음 시작하여 현재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9개주에서만 시행 중이다.(얼마나 준수되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베이비부머의 고령화, 메디케이드 확대에 의한 저소득층 가사도우미 혜택 증가 등으로 가사도우미는 향후 10년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분야의 하나로 꼽힌다. 수요는 급증하는데 근로집단으로서의 영향력은 거의 없다. 그래서 가장 보호받지 못하는 저소득·무혜택 근로자에 속한다. 가정건강도우미의 중간 연소득은 3인 가족 연방빈곤선과 비슷한 2만3,000달러이며 88%는 유급 휴가 등 근로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책임은 연방의회에 있다고 온라인 매체 복스는 지적한다. 1930년대 뉴딜의 일환으로 연방노동보호법을 통과시키면서 가사노동자와 농장노동자를 제외시켰다.(하녀와 일꾼 착취를 당연시하던 당시 남부출신 의원들과 타협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가사노동자도 절대 다수가 유색인종 및 이민자들이다.) 의회는 1970년대 노동법을 수정해 가사노동자를 포함시켰으나 입주가정부와 보모는 제외되었고 농장노동자는 아직도 노동법 적용을 못 받는다.

가사노동자는 1935년의 노조결성 허용법에서도 제외되었고, 1964년 민권법 통과에 따른 종업원 보호에도 포함되지 못했으며 1970년 안전하고 건강한 작업환경을 보장하는 법도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15명 이상의 종업원을 가진 고용주’에게 고용된 것이 아니어서 차별이나 성추행을 당해도, 작업환경이 위험해도 가사노동자 보호법이 따로 없으면 이론적으로는 법적 고발이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약 2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더 이상 침묵을 강요당하는 피해자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힘을 모아 조직적인 권익운동에 나서고 있다. 각 주와 로컬의회에 보호법 마련을 압박하는 한편으로 이번 회기 연방의원들에게서도 보호법 추진을 약속받았다.

가사도우미를 경시하는 사회적 편견에 대해 한 보모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우리 일은 진짜 직업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진짜이며 어려운 직업이다. 판사, 변호사, 의사…여러분 모두를 나가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직업이다” - 당신이 가사도우미의 고용주라면 편견과 갑의 횡포는 물론, 고용계약서에 법적 하자는 없는지 다시 점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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