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논란 많은 이슈·다른 사람의 스토리 금물

2019-06-24 (월) 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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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입 자기소개서 이런 주제 피하라

▶ 중학생 시절 경험 아닌 현재 자기모습 그려야, 금수저 티 내고 장애인 편견 드러내면 곤란

대입 전형에서 요즘 자기소개서(Personal Statement)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합격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고도 한다. 자기소개서는 대학에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통로다. 그런 만큼 어떤 점을 부각시켜야 하는지 오랜 기간을 갖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자기소개서에서 다루지 말아야 할 주제나 표현들도 알아두는 것이 현명하다. 자기소개서 작성시 피해야 할 주제들을 모아봤다.

▲ 역경답지 않은 역경

자소서에서 가장 진부한 주제 중 하나라면 역경일 것이다. 역경 극복 스토리는 너무 흔하고 너무 많은 학생들이 쓰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눈길을 끌기가 힘들다. 특히 객관적으로 볼 때 역경 같지도 않은 역경이라면 더 그렇다.


예를 들어 “나는 큰 소리로 연설하는 것이 너무 두려웠는데 이를 이겨냈다”라는 이야기는 대입 사정관들에게 전혀 색다른 느낌과 인상을 주지 못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부득불 역경 스토리를 쓰고 싶을 때는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인상적으로 느껴질까’라고 먼저 자문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

▲ 다른 사람의 스토리

“어머니의 사촌은 유명한 여배우입니다. 나는 그녀를 알고 있으며 자랑스럽습니다.”
이런 자소서를 읽고 난 입학사정관은 지원자가 아니라 어머니의 사촌에게 합격장을 줄지도 모르겠다. 자기 소개서는 말 그대로 지원자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자신이 주인공이고 스타가 되어야 한다. 아무리 눈물 콧물을 쏙 쏟아내는 감동적이고 가슴 아픈 이야기라도 남의 스토리라면 좋은 평가를 받기란 힘들다. 입학 사정관은 기승전결이 잘 갖춰진 남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타인 비하는 금물

“우리 학교의 모든 학생들은 너무 멍청한 것 같다. 나는 나는 그들보다 현명한 사람이다.”

자소서에서 삼가야 할 주제나 표현 중 하나는 타인에 대한 비하다.

다른 사람을 낮추고 자신을 올리는 투의 글이라면 자소서를 읽는 입학사정관을 오히려 화나게 만들 게 분명하다. 특히 이런 주제는 앞서 언급했듯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쓰는 함정에 빠뜨리기도 한다.


▲ 퍼스널한 면 드러내야

“나는 토론에 장기가 있어 많은 어워드를 받았다.”

지원자의 수상기록이라면 자소서가 아니라 지원서상에 어너 리스트나 액티비티 리스트에 포함되는 게 더 좋을 것이다. 굳이 자소서에 어워드 수상을 논하는 것은 그렇게 바람직하지는 않다. 입학사정관들은 자소서를 통해 지원자의 퍼스널한 면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이지 여기서 까지 수상 경력을 접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지원자의 경험,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생활했는지가 사정관들이 알고 싶은 내용이다.

▲ 금수저 티 나는 스토리

“열대지방으로 여름휴가를 가서 수상스키를 타다 그만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해외로 떠나는 휴가라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많은 학생들이 방학중 여행을 떠나는 것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내용의 자소서에서는 금수저 분위기가 물씬 난다. 게다가 휴가 중 다리가 부러진 이야기도 큰 도전이나 역경 스토리도 아니다. 이때도 자문해보라. 진짜 도전 스토리인지 아니면 그저 금수저 티나는 스토리인지.

▲ 단점을 부각시키는 글

겸손이 꼭 미덕이 아닐 수 있다. 특히 자소서에서 자신이 단점을 너무 부각시키는 것은 겸손하게 비치기보다는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내신 성적이나 시험 점수가 좋지 않다면 이를 자소서에 부각하는 것 보나는 자신 있는 다른 부분을 통해 장점을 강조하는 게 낫다. 다이내믹한 성격과 리더십, 커뮤니티에 대한 선한 영향 등도 괜찮다.

▲ 중학생 시절 이야기

“8학년까지 잘 나가는 축구 선수였는데 그때 부상을 당해 힘들었다.”

운동선수나 부상당한 이야기도 자소서 주제로는 진부하고 좀처럼 눈길을 끌기 힘들다. 슬프지만 인상적이지는 않다.

또 부상이든 다른 주제든 중학생 시절의 스토리도 자소서 주제로 삼지 않는 게 좋다. 예를 들어 “5학년 때 나는 좋지 않은 중학교에 진학했어”라는 이야기는 입학사정관이 알고 싶어하는 스토리가 아니다. 고교 입학 전 스토리에 집중하는 것은 자칫 그 이후의 자신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거나 큰 발전이 없었던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대학은 5년 전이 아니라 지금의 지원자가 누구인지를 알고 싶어한다.

▲ 논란 많은 주제들

“미국은 공연히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논란이 큰 주제도 피해야 한다. 사람마다 의견이 충돌하는 민족주의나 정치, 종교 같은 주제는 터치하지 않는 편이 최선이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누가 자신의 지원서를 리뷰하는지, 그들의 성향이나 의견이 어떤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 잘못된 스테레오타입

“나는 자폐아들을 3주 동안 도와줬는데 그들이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언뜻 보면 장애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편견이 있고 무지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할 수 있다. 스테레오타입은 대개뚜렷한 근거가 없고 감정적인 판단에 의거하고 있는데 이 내용 역시 평소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어떤 면에서는 예전에는 자폐아를 얕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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