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뜨거운 남 캘리포니아의 해변…열정의 해방구 ‘베니스비치’

2019-06-21 (금) 유정원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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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트럭·공예품·공연··· 각종 페스티벌 열려

형식과 틀을 거부하는 남가주에서도 베니스비치(Venice Beach)는 열정의 해방구를 자처한다.

히피 문화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때로는 다른 곳에서는 용납되지 못하는 타부와 무질서가 이 곳에서는 개성과 문화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만큼 거칠고 낯설기도 하지만 뜨거운 남 캘리포니아의 해변의 대표로 베니스비치를 빼놓을수 없다.


베니스비치는 지난 50년대와 60년만 해도 시와 아트가 넘치던 낭만의 도시였다. 당대에 몰아닥친 대중문화바람과 함께 수많은 작가와 아티스트들이 베니스비치에서 탄생하고 베니스비치에서 활동하다 베니스비치에서 세상과 작별을 나눴다.

축제가 한창인 여름에는 베니스비치의 얼굴인 보드워크에 각가지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이 즐비하게 늘어서고 장식품, 옷, 그림, 공예품, 잡화 등을 파는 노점상들이 장을 편다.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이어져 베니스비치 남쪽까지 모래사장 위에 설치된 보드워크 길이 바로 축제의 현장이 되는 것이다.

베니스비치는 최근 몇 년 사이 혁명적인 변화의 격랑에 휩싸여 있다.

IT산업의 광풍이 이곳에도 불어 닥쳤다. 첨단 디지털 산업체가 속속 이곳에 문을 열고 하이테크 기업에 종사하는 고소득층 젊은 주민들이 몰려든 것이다.

더불어 이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 카페와 레스토랑, 갤러리와 상점들까지 들어서면서 베니스 비치의 모습을 바꿔 버렸다. 당연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건 물론이다. 어느새 히피는 희미해지고 디지털이 네트워크의 중심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베니스비치의 스피릿은 아직도 죽지 않고 있다.


베니스 패밀리클리닉은 미국 전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무료 진료소다. 또 비영리단체인 베니스 커뮤니티 하우싱코퍼레이션은 저소득층 주민에게 사회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주거지를 마련하는 일을 돕고 있다. 우먼 인 리커버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도움이 절실한 여성에게 12단계의 프로그램을통해 재활을 나누는 곳이다.

이들의 비전은 경제적, 인종적 장벽을 낮춰 많은 사람들이 평화와 여유를 갖도록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베니스비치에 뿌리내린 나름의 스피릿이 꽃을 피운 셈이다. 베니스비치는 지금도 관광 안내에 앞서 이들 자선단체를 먼저 소개하는 기본을 잃지 않고 있다.

베니스비치의 독특한 문화 분위기는 수많은 유명 인사들을 주민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영화배우 줄리아로버츠, 케이트 베킨세일, 안젤리카휴스턴, 톰 컨웨이 등을 비롯해 화려한 명단을 과시한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배우 아놀드 슈와저네거역시 바로 베니스비치에 위치한 피트니스센터에서 보디빌더로 일하다 연예계에 들어섰다.

이 밖에도 베니스비치를 거쳐 간 배우와 가수, 감독과작가 등 스타는 이루 말 할 수 없을 만큼 많다.

베니스비치는 산타모니카비치와함께 로스앤젤레스 시내에서 가장 가깝게 갈 수 있는 관광의 명소다. 그러나 산타모니카비치가 관광객으로 넘친다면 베니스비치는 한결 로컬 분위기가 강하다.

베니스비치를 가로지르는 보드워크 옆에는 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있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하다.

어느 곳보다 대중적이고 쉽게 공간을 나눌 수 있는 곳들이다. 아침에 즐기는 브런치도 좋고, 석양에 넋을 잃는 디너도 좋다.

언제라도 훌쩍 차를 몰고 가 태평양 수평선에 마음을 던져줄 수 있는 동네 업소들이다. 또 곳곳에 패밀리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어 온 가족이 식사를 하며 여름 더위를 식히기에 좋다.

1번 퍼시픽하이웨이를 따라 형성된 거리에는 커피숍과 아이스크림 가게, 옷가게 등을 오가면 한적한 여가를 즐길 수도 있다.

<유정원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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