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장품, 환경쓰레기의 주범

2019-06-20 (목)
작게 크게
화장품을 비롯한 미용 상품은 아름다운 용기와 포장이 굉장히 중요한 품목이다. 백화점의 수많은 화장품 판매대와 드럭 스토어의 수많은 뷰티 상품 선반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눈길을 잡아끌 수 있는 특별한 디자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여성이 멋진 용기에 현혹되어 구입을 결정하기도 하므로 어쩌면 내용물보다 포장에 더 많이 투자하는 업계가 바로 화장품 업계일 것이다.

그런데 그 화장품 용기와 포장재가 어마어마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네덜란드의 환경조사단체(LCA Centre)에 의하면 한해 버려지는 화장품 용기가 1,200억개나 되는데 대부분 플라스틱 재질이고 단 한번 사용 후에는 쓰레기장으로 직행하여 지구환경 파괴에 단단히 일조하고 있다. 지금 세계 환경문제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이라는 점에서 화장품 업계와 소비자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그뿐만 아니라 화장품 포장에 사용되는 각종 비닐과 스티로폼 양도 상상을 초월하고, 더 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화장품을 다 쓰지 않은 채 다른 제품을 사고, 남은 화장품은 방치했다가 그대로 버린다는 것이다. 때문에 화장품 내용물에 섞인 석유화합물과 인공색소, 방부제가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는 건 물론, 심각하게는 발암물질을 만들기도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오래전부터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화장품에 대해 강력히 경고해온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바디샵’은 인도에서 사들인 재활용 플라스틱을 용기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했고, ‘뷰티카운터’는 내년부터 리필 뷰티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며, 프록터 앤 갬블도 리필용기 사용을 시범 운영 중이다.

또 ‘올레이’(Olay)는 자사의 베스트셀러인 모이스처라이저(Regenerist Whip)의 리필제품을 시험생산 중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 스킨케어제품 판매 1위를 기록, 미국에서만 126만개가 팔렸데 주 소비층이 환경문제에 민감한 20~30대 여성이라는 점에서 회사측은 리필제품 판매를 시험하고 있다.

대기업이 아닌 작은 회사들은 변화가 더 빠르다. 특히 환경 친화적인 회사들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예 용기를 과감히 없앤 고체형태의 네이키드(naked) 제품이 좋은 예로, 물 컵에 집어넣으면 녹는 마우스워시 태블릿, 종이형태(paper pods)로 나오는 디오도런트, 액상제품을 굳힌 고체샴푸와 샤워젤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환경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구입한 화장품은 다 쓴 후에 새로 구입하는 것이 좋고, 버릴 때는 플라스틱 용기에서 내용물을 다 비워낸 후 분리 배출할 것이 권장된다. 로션, 크림, 파운데이션처럼 유분기 있는 것은 키친타월과 휴지에 싸서 버리고, 오일이나 토너 등의 액체류는 신문지 뭉치에 흡수시킨 뒤 버리는 것이 좋다.

화장품을 쓰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사람의 작은 실천이 지구 환경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