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택배로 연 1억? 영업에 달렸죠”

2019-06-14 (금)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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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자 급증… 3개월 기다려 계약 주소별 자동분류장치‘휠소터’덕에 택배상자 차앞에서 싣기만 하면 돼

▶ “몸 고되지만 생각만큼 힘들지 않아” “연봉, 집하·거래처 확보가 좌우” 돈 모아 분류 알바생 고용하기도

“택배로 연 1억? 영업에 달렸죠”

12일 정오쯤 부천시 오정동 CJ대한통운 양천서브터미널에서 택배기사들이 오후 배송 물량을 싣고 있다.

“택배 기사가 3D 직종이라고 하는데 최근 택배기사 지망생들이 많아서 3개월 정도 기다렸다 대리점과 계약했어요. 택배 상자를 주소별로 분류해주는 자동화 기계 전·후로 택배기사의 인기도 달라졌어요.”

13일 오전 11시. 경기 부천시 오정동에 위치한 CJ대한통운의 양천서브터미널에서 택배 기사로 근무한 지 1년이 채 안 된 정철규(33)씨가 능숙한 자세로 택배 상자를 차량에 싣고 있었다. 정씨의 일과는 오전 7시에 시작했다. 자동분류장치인 ‘휠소터’가 택배 상자를 주소별로 구분해 그가 주차한 차량 앞까지 전달해주면, 택배 상자를 차량에 넣기만 하면 된다. 휠소터는 컨베이어 벨트에 내장된 소형 바퀴가 택배상자를 배송구역별로 자동 분류해주는 장치로 지난 2016년 택배업체 중 CJ대한통운이 최초로 도입했다. 휠소터가 택배 물건을 차에 실을 수 있는 상태로 주소별로 분류해지니, 일의 속도를 배로 높였다는 반응이다.

오전 9시에는 분류 작업을 도와주는 일명 ‘분류 도우미’가 출근한다. 정 씨는 “택배기사 4명이 분류 도우미 한 명을 고용하고 있다”면서 “매월 인당 18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편하게 일할 수 있고 분류 작업 대신 배송이나 거래처를 확보하는 데 집중할 수 있어서 오히려 수익을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의 월평균 수입은 500만원 가량이다. 100여개의 오전 물량을 배송한 후에는 다시 서브터미널로 돌아와 간단히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오후 배달을 준비한다. 이날 오후 물량은 200개 가량.


물량이 몰리는 화요일에는 하루 평균 400여개를 배송하지만, 이날은 비교적 여유로웠다. 오후 배송을 끝내면 담당 구역 인근에서 확보한 개인 거래처에 들러 택배 물량을 수거한다. 다시 서브 터미널로 돌아와 허브 터미널로 이동할 간선트럭에 옮기면 이날 하루 일정이 끝난다. 일과를 일찍 시작한 그의 평균 퇴근 시간은 오후 6시다.

◇체력은 물론 효율적인 동선 짜기 능력까지

택배 기사의 든든한 ‘조력자’인 분류 도우미는 휠소터의 등장으로 생겨난 신규 직업이다. 휠소터가 지역별로 1차 분류를 해준다면, 분류 도우미는 최종 분류를 돕는다. 현재 양천 서브터미널에서 23명의 분류 도우미가 근무하고 있다. 여성 분류 도우미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택배 기사인 아들의 소개로 분류 작업을 시작했다는 중년 여성 A씨는 “하루 4시간이라도 나와서 시간당 9,000원 정도 벌 수 있다”며 “무거운 물건도 있지만 일하다 보면 익숙해진다”며 웃어 보였다.

으레 택배기사의 필수조건으로 체력을 꼽지만, 택배 기사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동선을 짜는 능력이다.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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