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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서 여름햇살 만끽… 캠핑장선 열기구 타고 두둥실

2019-06-14 (금) 글·사진(가평)=우현석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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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편지’무대 아침고요수목원
아이리스·수국 등 여름꽃 절정

▶ 연인산 용추구곡선 시원한 물줄기
전국 캠핑족 명소인 자라섬에선
강변 풍경 즐기는 열기구 체험도

경기 가평

경기도 가평군은 배후에 2,300만 수도권 인구를 가지고 있는 데다 연인산·명지산·자라섬을 비롯해 아침고요수목원 등 관광 자원까지 두루 갖춘 천혜의 관광지다. 여기에 더해 북한강과 청평호를 끼고 있어 관광에 관한 한 ‘자족(自足) 지방자치단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평은 장마를 앞둔 6월에 들러보는 것이 좋은데 그 이유는 푸른 빛깔을 더해 가는 녹음이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서울을 포함해 경기 동북부 거주민들에게는 당일 코스로 안성맞춤인 가평군을 찾아봤다.

가평의 아이콘인 아침고요수목원은 4~5월이면 드넓은 정원에 철쭉·튤립 등 봄꽃이 만발하고 6월이 되면 수국에 바통을 건네주면서 여름이 다가왔음을 알린다. 수목원 정문으로 들어서 무궁화동산으로 접어들자 지난주 다녀왔던 남도에서는 이미 져버린 갖가지 꽃들이 산비탈 양쪽으로 만발해 있었다.


아침고요수목원 역사관에 들어서니 벽 한쪽에는 6~8월까지는 아이리스·무궁화·산수국·원추리·맥문동 등 다양한 여름꽃이 절정을 이루고, 9월이 오면 감국·구절초·벌개미취 등 50여종의 국화류와 용담·꽃향유 같은 가을꽃들이 피어난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것은 꽃뿐이 아니다. 지난달 강원도에 들렀을 때 만해도 연두색 잎을 힘겹게 달고 있던 나뭇가지에는 푸르름이 더한 신록이 눈부시게 빛났다. 아침고요수목원의 한상경 대표는 삼육대학교 원예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1994년 수목원 설립을 구상하고 이곳에 입지를 정했다. 첫 삽은 떴으나 자금 부족에 시달리던 그는 1996년 미완성 상태로 수목원을 개원했다.

이후 1997년 박신양과 최진실이 주연한 영화 ‘편지’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아침고요수목원은 인근의 남이섬·중도 등과 가까운 입지에 더해 입소문까지 나면서 사시사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가평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수목원을 둘러본 다음 연인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평 연인산은 도립공원으로 1,068m 높이에 철쭉으로 유명한 산이다. 이 산은 1999년 가평군이 연인산으로 명명한 후 매년 5월에 철쭉제를 지낼 정도로 꽃이 조밀한 군락을 이룬다. 5월이면 열리는 철쭉제는 해발 800m가 넘는 장수봉·매봉·칼봉·노적봉 등을 따라 2m 이상의 자생 철쭉이 터널을 이룬다고 하는데 이제는 꽃이 지고 잎사귀의 초록만 짙어지고 있다.

철쭉이 떨어진 연인산이라고 해도 계곡의 물줄기는 거침이 없다. 용추폭포가 속한 용추구곡은 가평 8경 중 3경으로 꼽히는데 칼봉산(900m)에서 발원해 24㎞를 흘러내린다. 그중 최고로 꼽히는 용추폭포는 계곡 초입에 있는데 익사 사고가 빈번해 나무 울타리로 막아 놓아 멀리서만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다.전국의 캠핑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명소도 가평에 있으니 바로 자라섬 캠핌장이다. ‘2008년 가평 세계캠핑캐러바닝대회’가 열렸던 이곳은 섬의 원형을 최대한 살려 만든 캠핑장으로 넓은 잔디밭에 캠핑 사이트가 정비돼 있다. 이곳의 또 다른 명물 중 하나는 열기구다. 자라섬 중도로 진입해 왼쪽 길로 들어서면 방갈로 몇 채가 들어서 있고, 가운데에는 넓은 잔디밭이 정비돼 있는데 이곳이 바로 열기구 체험장이다. 이곳의 열기구는 120m 상공까지 올라가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데 하늘을 날아다니지는 않고 줄에 묶인 채 수직으로 오르내리며 강변 풍경과 캠핑 부지를 조망하게 해준다.캠핑장의 직원 세 명이 기구를 잔디밭에 펴놓고 입구를 펼친 채 버너에 불을 붙여 열기를 내뿜자 기구가 부풀어 올랐다. 바구니에 매달린 버너는 굉음을 내뿜으며 열기를 풍선 안으로 쏟아냈고, 풍선이 부풀면서 하늘로 올랐다. 쪼그리고 앉아서 풍선 안쪽을 향해 사진을 몇 장 찍고 일어서니 세상이 발아래 펼쳐져 있었다. 하루 종일 기자를 쫓아다니며 땀을 흘리게 하던 해도 산 너머로 뉘엿뉘엿 기울고 있었다.

<글·사진(가평)=우현석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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