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0년 만에 미국서 만나는 백령도 야학교사와 학생들

2019-06-06 (목) 12:00:00 하은선 기자
크게 작게

▶ 태양광업체 EVS 김권식 대표 군복무 시절 야학 인연 이어가

50년 만에 미국서 만나는  백령도 야학교사와 학생들

대한민국 최북단 백령도 군부대의 야학 선생으로 만났던 학생들이 함께 한 1960년대 후반 사진(왼쪽)과 태양광업체 EVS의 김권식 대표.[신현원 PD 제공]

“군복무 시절 야학으로 인연을 맺은 백령도 학생들도 이제 저처럼 백발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죠”

6·25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된 대한민국 최북단 백령도에서 학생을 가르친 까까머리 이병 야학 선생과 그 제자들이 오는 10일 당시 야학교사였던 김권식 박사의 초청으로 만남을 갖는다.

김 박사는 미네소타주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꼽히는 태양광업체 EVS의 대표로, 이 학생들의 미국 방문은 지난해 백령도를 방문한 김 박사를 통해 극적으로 이뤄졌다.


서울대 항공학과를 졸업한 김권식 박사는 군 입대와 동시에 최전방 백령도로 자대 배치를 받았다. 1966년 당시 백령도 군부대에는 공군 특기훈련을 받은 김 박사를 포함해 7명이 복무를 했다고 한다.

“자대 배치를 받고 미군 수송기로 백령도에 착륙하는데 지척에 북한 땅이 보였어요. 전방에 온 것이 실감났죠”

부대에 김 박사가 도착했을 때 먼저 백령도로 발령받은 선배들 몇 명이 안보여서 물어보니 며칠 전에 인민군이 와서 목을 잘라갔다고 해서 잔뜩 겁을 먹었다고 한다. 물론 농담이었다.

1965년 10월 입대 후 1966년 3월 백령도로 자대 배치를 받아 1969년 2월 하사로 제대한 김 박사는 부대 옆 교회에 만든 중등과정 야학 ‘신우학원’의 영어와 수학 선생이 되어 낮에는 근무하고 밤에는 학생들을 가르쳤다. 백령도에 중·고등학교가 있었지만 등록금을 내지 못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군부대가 야학을 개설한 것.
“백령도를 떠난 후 50년이 지난 지난해 10월 가족과 함께 백령도에 갔다가 우연히 백령도 옥수수 찐빵을 만드는 김영옥(신우학원 2회 졸업)씨를 만났죠. 너무 반가웠고 기뻤어요. 신우학원 친구들이 정기적으로 만난다는 소식을 듣고 그 모임에 참석했고 미국 방문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군 제대 후 미네소타로 유학와 토목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 박사는 태양광업체 EVS를 인수해서 급성장시켰다. 2010년 미네소타 올해의 경영인상을 수상한 김 박사는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기업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EVS는 미네소타 명물 US뱅크 스테디엄 토목 설계와 측량, 뉴저지 아마존 유통센터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프로젝트 진행 등 태양광회사 탑 5에 속하는 회사다.

오는 10일 미국에 도착하는 백령도 신우학원 졸업생 11명은 50년 전 백령도에서 야학 수업을 받았던 것처럼 10박 11일 동안 미국 곳곳을 돌아보며 김권식 박사의 미국 수업을 듣게 된다.

<하은선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