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스터 X 시나리오’

2019-06-05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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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이 총에 맞아 암살됐다’-. 33년 전, 그러니까 1986년 11월 16일자 한 한국 신문의 보도다. 그 김일성이 3일 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외국의 귀빈과 함께 평양공항에 등장한 것.

‘김일성은 예수인가’- 이후 나온 조크다. 죽었다던 그가 3일 만에 버젓이 살아난데(?) 빗댄 것이다.

동서냉전이 아직 진행 중이었다. 공산권은 철의 장막에 가려 있었다. 때문에 크렘린이나 평양 등 공산국 권력 내부의 움직임을 알리는 서방언론의 보도에는 한계가 있었다.


30여년이 지난 요즘 사정은 많이 달라졌다. 그런데도 ‘평양 발 주요 뉴스’가 전해지면 이른바 북한전문가들은 그 진위를 둘러싸고 50대 50으로 편이 갈린다.

‘북한은 심각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 뉴스도 그렇다. 한 쪽에서는 여러 통계를 인용하면서 사실로 받아들인다. 다른 한 쪽에서는 국제제재를 완화시키려는 평양당국의 ‘생쇼’로 본다. 장마당 쌀값이 동요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특히.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책임을 물어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부위원장은 숙청되고 김혁철 대미협상 특별대표 등 다수의 외교관이 처형됐다.” 지난주에 나온 한국 신문보도다.

‘김정은의 공포정치 재개’를 알리는 이 보도가 나오자 섣부른 오보가 아닐까 하는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김영철이 김정은을 수행해 평양의 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 개막공연을 관람한 것으로 북한매체는 보도했다. ‘근신설’이 나돌던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도 52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거의 같은 타이밍에 처형됐다던 김혁철도 살아있는 것으로 CNN방송은 보도했다.

외교관 처형, 그에 따른 공포정치 재개는 그러면 전혀 근거가 없는 오보인가. 부분적으로는 틀린 보도다. 그러나 큰 그림으로 보면 상당부문 진실에 가깝다는 것이 데일리비스트지의 진단이다.

CNN 보도에 따르면 김혁철은 살아있다. 그러나 모처에 구금상태에 있고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영철이 공식석상에 나타난 것도 그렇다. 한국 언론의 숙청보도에 의도적으로 등장시켰을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 것.


이와 함께 내려지고 있는 결론은 하노이회담 결렬과 함께 북한사회의 엘리트계층은 물론 일반주민들 사이에도 실망감이 만연, 김정은은 뭔가 ‘특단의 조치’ 필요성에 따라 공포정치 카드를 꺼내들었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다가 이런 분석도 나온다. 집권초기의 공포정치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권좌를 다질 필요가 있으니까. 집권 7년이 지난 현재 피의 숙청을 되풀이한다는 것은 뭔가 권력내부에 이상이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작용은 반작용을 불러온다. 공포정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수도 있다.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것이 ‘미스터 X 시나리오’다. “내가 다음 처형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 그러니 그 전에 김정은을 해치우는 거다…”

측근에 의한 암살, 그런 상황을 한국주둔 미군은 항상 염두에 두고 대비하고 있다는 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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