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너무 늙은’후보의 나이는

2019-06-04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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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다면 백악관만 잃는 게 아니다. 2년 반 전 70세 7개월의 나이로 취임하면서 8개월 차이로 로널드 레이건에게서 빼앗았던 ‘미 최고령 대통령’ 타이틀도 내놓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76세 조 바이든, 77세 버니 샌더스에서 69세 엘리자베스 워런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선두주자들의 나이가 기록을 깨뜨릴 고령 일색이어서다.

‘노인들의 전쟁’이 될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미디어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화두가 있다 : 대통령에 출마하려면 “몇 살부터가 너무 늙은 나이인가(How Old Is Too Old?)”

‘젊은 나라’ 미국 대통령들의 평균 취임 연령은 55세로 레이건을 제외한 60대 취임은 62세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61세 제럴드 포드, 64세 조지 H.W. 부시를 포함해 6명뿐이었다.


유권자들이 대통령의 나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대선후보 나이에 대한 첫 여론조사였던 1939년 갤럽조사는 ‘너무 젊은’ 대통령을 우려해서인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최소한의 연령이 주요 질문이었는데 36~40세가 33%로 1위였다. 당시 “몇 살부터가 너무 늙은 나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1위 응답은 ‘61~65세’로 27%였다.

1984년 대선 출구조사 때 “레이건의 고령이 투표에 영향을 주었느냐”는 질문엔 82%가 “아니다”라고 답했지만 2015년 CBS/NYT 조사에선 46%가 대선후보에 가장 적합한 연령은 50대라고 답했다. 금년 3월 NBC/WSJ 조사에서도 “40대 이하 젊은 후보도 좋다”가 58%인데 반해 “75세 이상도 좋다”는 37%에 머물렀다.

특히 NBC/WSJ 조사 중 후보들의 가장 마음에 안 드는 특징을 묻는 항목에선 62%가 ‘75세 이상 고령’을 꼽았다. 72%의 ‘사회주의자’에 이어 비호감 요소 2위에 오른 것이다.

대통령의 건강을 연구하는 생명윤리학자 제이콥 애펠 마운트 사이나이 아이칸 의대 교수는 “몇 살부터가 너무 늙은 나이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대선 후보들은 평균인이 아닌데다 각 개인의 역량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하긴 건강관리 뛰어난 바이든의 체력, 젊은 후보들도 따라가기 힘든 샌더스나 워런의 열정에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다.

50대 월터 먼데일과 재선에서 대결했던 73세 레이건은 특유의 유머로 ‘고령’ 약점을 뛰어 넘었다. TV 공개토론 때 나이 문제가 거론되자 “난 상대방이 젊고 경험이 부족한 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받아친 것. 먼데일까지 파안대소케 한 레이건의 여유가 미국인들의 마음에 ‘고령’에 대한 우려보다는 ‘경륜’에 대한 기대를 확신시켜준 순간이었다.

애펠은 나이 뿐 아니라 건강 역시 후보 선택의 주요 요소로 삼기는 힘들다고 설명한다. 지금의 양극화 정치기후에선 당파적이라는 비난 없이 정확한 정보 공개가 거의 불가능하고(후보 주치의의 장담은 믿을 게 못 된다) 설사 후보의 검진결과가 공개된다 해도 일반 유권자에겐 정확한 평가해석이 어렵다는 것이다.

좋은 대통령을 뽑기 원하는 유권자가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야할 요소는 나이나 건강보다는 정책과 인성이라고 강조한 애펠은 그래도 후보의 고령을 우려하는 유권자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 “그 후보의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의 자질을 자세히 살펴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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