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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맨’ (Rocketman), 록가수 엘튼 존의 파란만장한 삶을 뮤지컬로

2019-05-31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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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스맨’ 태론 에저턴, 불화산 같은 연기, 히트곡·동성애 등 과장·화려하게 묘사

▶ ★★★★ (5개 만점)

‘로켓맨’ (Rocketman), 록가수 엘튼 존의 파란만장한 삶을 뮤지컬로

깃털로 장식된 야단스런 의상을 입고 커다란 안경을 쓴 엘튼 존이 공연장에서 노래 부르고 있다

‘로켓맨’을 노래 부른 영국의 수퍼스타 록가수 엘튼 존(72)의 전기영화로 과도하고 과장되고 과격하도록 화려하고 요란하며 야단법석을 떠는 뮤지컬이다. 작년에 나온 록그룹 퀸스의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그린 ‘보헤미언 랩소디’와 비교하면 사람의 감정을 휘몰아 감는 감동이 미흡하다.

엘튼이 생각하고 말하는 내용을 노래와 춤을 섞어 환상적으로 묘사한 뮤지컬인데 이런 환상적인 장면이 자주 등장하면서 파란만장한 삶을 산 엘튼의 생애를 극적으로 서술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영화는 시각적으로는 눈부시지만 극적으로는 소외감을 갖게 만든다.

그러나 이 영화는 에너지 충만하고 흥분되고 대담무쌍하며 엘튼의 수많은 노래들과 눈이 어지럽도록 화려하고 다채로운 의상 등 보고 듣고 즐길만한 작품이다. 특히 영화에 활화산 같은 불길을 일으키는 것이 엘튼 역을 맡은 영국배우 태론 에저턴(29·‘킹스맨’)의 연기다. 변화무쌍하고 정력적인 연기로 노래도 자신이 직접 불렀다.


붉은 악마를 연상케 하는 세퀸으로 장식하고 깃털로 만든 날개가 달린 붉은 의상에 커다란 안경을 쓴 엘튼이 약물과 알코올 중독자 치료소에 보무당당하게 걸어 들어와 치료소의 다른 환자들에게 자기 신세타령을 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는 가끔 이 장면으로 돌아와 엘튼의 여러 문제들인 술과 약물과 섹스와 쇼핑과 비만 그리고 성적 정체성에 대한 고뇌와 고독과 불안과 소외의식 등이 노래와 춤으로 된 뮤지컬 형식으로 얘기된다.

전후 영국의 미들섹스 교외에서 레지날드 드와잇(엘튼의 본명)으로 태어난 엘튼은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와 음악에 천재적 재능을 지녔으나 헛된 꿈에 사로잡힌 어머니 쉴라(브라이스 댈라스 하워드)와 냉정한 아버지의 사랑을 못 받고 자라 커서도 사랑에 갈급하고 자신감을 잃은 사람이 된다. 음악적 재능으로 인해 어린 엘튼은 로열 음악아카데미에서 클래식 뮤직을 공부한다.

이어 청년이 된 엘튼은 동네 술집에서 밴드를 구성해 활동하다가 한 매니저의 눈에 띠어 영국을 순회공연중인 미국 소울 보컬그룹의 백업가수로 활동하면서 소울뮤직에 젖는다. 엘튼의 가수로서의 생애는 작사자인 버니 터핀(제이미 벨)을 만나면서 꽃 피우기 시작한다. 엘튼과 버니는 오랫동안 함께 활동하면서 많은 히트곡을 내는데 둘의 오랜 우정이 불안정한 엘튼의 삶을 붙들어준다.

엘튼의 미국 첫 공연은 1970년 현재도 샌타모니카 블러바드와 베벌리힐스가 만나는 곳에 있는 클럽 ‘투르바두어’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엘튼은 빅히트곡인 ‘크로코다일 록’을 부르는데 엘튼과 노래에 열광하는 팬들이 공중으로 떠오르면서 환상적으로 처리된다. 이를 보는 사람도 흥분해 하늘로 떠오르는 기분이다. 여기서부터 엘튼은 세계적인 수퍼스타가 된다.

이어 열린 개인 파티에서 엘튼은 오만방자하고 멋진 음악 매니저 존 리드(리처드 매든)를 만나 그를 자신의 매니저로 고용하는데 지금까지 고뇌하고 의문하던 자신의 성적 정체성 문제도 동성애자인 존과의 관계를 통해 해결된다. 그러나 이기적인 존은 결코 엘튼의 감정적 필요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한다.

엘튼의 자살미수를 비롯해 그가 겪는 개인적 문제들이 산만하게 묘사됐고 LA 다저스구장에서의 공연을 비롯해 여러 공연 장면들이 견본 식으로 그려지는 등 결점도 있는 작품이지만 에저턴의 연기와 노래 및 의상과 촬영 등 볼만한 것도 많은 작품이다. 덱스터 플레처(‘보헤미언 랩소디’ 촬영 종료 얼마 전 해고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대타로 영화를 마무리 지었다.) 감독. R등급. Paramount. 전지역.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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