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언비어의 정치학

2019-05-2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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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 신문에 보도된다.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그 일이 소문으로 번진다. 그러면 사람들은 믿는다. 소문이 나돈다.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소문이 신문에 보도된다. 그때 사람들은 믿는다.

공산체제의 언론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언론. 그 차이를 말할 때 사용되는 아주 클래식한 비유다.

1년이 넘었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발발한 지. 이 전쟁의 승자는 누구일까.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이다. 바다와 같이 깊고 넓다. 그 중국경제에 무역전쟁이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이 같은 분석과 함께 미국과 맞서 싸우자는 독려만 중국 언론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그러니까, 쉽게 이야기해 중국은 까딱도 없다는 것, 그리고 무오류의 지도자 시진핑 영도 하에 일사불란하게 대처해 가고 있다는 것이 관제언론을 통해 투사되는 중국의 모습이다.

실상은 어떨까. 물가가 심상치 않게 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 현지에서 전해지는 소식이다.

과일과 채소 값이 폭등했다. 거기에다가 설상가상이라고 할까. 중국인의 식탁에 빠져서는 안 되는 돼지고기 값도 뛰고 있다. 중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인해 4월에만 14.4% 포인트 올랐다.

무역전쟁은 서민생활에도 여파를 미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의 중산층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것이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지 보도다.

해외로부터의 블로그는 모두 차단됐다. 그들이 접할 수 있는 것은 관제언론의 일방적인 편향된 보도뿐이다. 그런 통제가 그런데 역효과를 내고 있다. 민심의 안정을 가져오기는커녕 소문이 소문을 낳으면서 사람들은 너도나도 미 달러화, 금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는 거다.

베이징 당국을 특히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시진핑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무역전쟁이 확산되면서 그 유언비어에는 살이 붙으며 점차 그럴듯한 시나리오로 변형돼 나돌고 있는 것.


관련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알리바바 산하 다모아카데미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확도 80%의 ‘가짜 뉴스 탐지기’를 발명했다는 보도다.

유언비어는 때로 역사를 바꾸는 핵심 역할을 한다. 중국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가짜 뉴스 탐지기를 발명했다는 이 보도는 역으로 그만큼 베이징 당국이 온갖 유언비어에 민감히 반응하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보이는 것이다.

금을 사들인다. 미 달러화 확보에 난리다. 한국에서도 들려오는 소리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심리 때문이다.

거기에 하나 더. 화폐개혁에 대한 끊이지 않는 소문 때문이다. 정부가 사실무근임을 외치고 또 외쳐도 괴소문은 계속 급속도로 번져가고 있다는 보도다.

유언비어는 정보의 블랙마켓이다. 어떤 사안에 정부가 공식적 답변을 내놓지 못할 때 유언비어는 더 기승을 떤다. 그런 의미에서 유언비어는 정치현상이고 일종의 권력에 대한 반항이다.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한국사회’- 심상치 않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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