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일찌감치 분석적 지능을 중요시 여기는 지식 교육과정의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고 이와는 다른 방향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의 길을 걷고 있다.

지능은 단편적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경험 중심의 교육 과정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나는 이 차이가 각 사회에서 추구하는 인재상의 차이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미국은 ‘부자’가 되는 각종 이론적인 방법을 잘 아는 똑똑한 사람보다는 실제로 ‘부자’가 된 사람이 인재로 여겨진다. 이것이 분석적 지능을 우선하는 사회와 실천적 지능을 우선하는 사회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처럼 교과 중심의 교육과정에서 보면 미국이 추구하는 경험 중심의 교육 과정이 학력의 저하를 가져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저것들 공부 안 하고 뭐하나?’ 싶은 순간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나 공부할 때 교과서가 따로 없단 소리까지 들으면 까무러칠 법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경험 중심 교육과정에서는 교재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습 현장에서 학생의 바람직한 성장을 조성하는데 힘쓰는 것을 더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교재는 사전에 조직되는 것이 아니라 학습 현장에서 결정되기도 한다. 마치 이론보다는 실제, 이성보다는 경험, 암기보다는 실천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것의 차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 교육에 대해 가장 많이 인용되는 말 중 하나가 ‘경험은 최고의 스승이다.’라는 말이다. 사람은 배우고 이해하는 것보다 본인이 뭔가를 직접 체험해보고 깨닫는 데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래서 경험을 많이 해본 아이들은 그것으로부터 얻는 배움 또한 크고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는 인간으로 자라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아이들 개개인의 창조적인 특성이 육성되고, 끊임없는 성장의 과정으로서 교육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의 능력을 잘 알고 그것을 이해하며 이로부터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생의 길을 잘 열어나가면 거기에 행복이 분명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아이의 미래를 가늠하지 말고 보다 입체적인 시각으로 아이의 능력을 이해하도록 해보자. 우리의 아이들은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아이를 경험하게 하라, 그러면 하나의 세계를 얻게 해줄 것이다.

<이순영 육아칼럼리스트>